# 우리나라로서는 주요 국제금융기구의 국장 자리의 의미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IMF(국제통화기금)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었던 휴버트 나이스 아태국장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전권을 휘두르다시피 했던 기억 탓이다. 곳간이 바닥난 나라에게 국제금융기구의 국장이 어떤 위세를 가진 자리인지 뼈저리게 보여줬던 사례다.
이제 세계 양대 금융기구 모두 그 같은 자리에 한국인이 앉게 됐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에 이어 세계은행(WB)에서도 한국 국적자 국장이 탄생하게 된 것. 주인공은 현재 물·위생 프로그램 과장을 맡고 있는 소재향씨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시간으로 10일 양허성자금 국제협력부(CFP) 신임 국장에 소씨를 선임했다.
CFP의 국장은 세계은행이 전세계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원조성 개발자금을 통합 관리하면서 국제협력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세계은행의 조직체계는 총재 바로 아래에 각 부를 두고 있으며 각 부의 간부 직급은 부총재-국장-과장 순이다. CFP에는 두 개의 국장 자리가 있으며 지위상으로는 세 번째에 해당한다.
소 내정자는 현재 진행 중인 세계은행의 조직개편이 끝나는대로 세계은행 내 한국 국적자 가운데 가장 높은 관리직이 된다. 김용 총재도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난 소 신임 국장은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했으며 미국 스탠포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IMF의 이창용 국장과 달리 소 내정자는 세계은행 조직 내에서 승진한 케이스다. 그는 1992년 세계은행이 전세계 인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공개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은행 근무를 시작했으며 사무총장 보좌관, 아시아지역 선임 인프라 전문가를 거쳐 물·위생 프로그램과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2년에는 관리자로서의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세계은행 직원협의회가 수여하는 ‘좋은 매니저상(Good Manager Award)’을 받기도 했다.
한편 IMF에 이어 세계은행에도 한국인이 국장 자리에 오르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인의 활동범위도 한층 넓어지게 됐다. 김용 총재의 취임 이후 세계은행이 한국의 개발 사례를 개도국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가운데 그 핵심 역할을 한국인이 총괄한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젊은이들의 국제기구 진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