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여성 은행장, 첫 여성 임원 등 여풍으로 들썩였던 금융권이 새로운 임원진을 배치하며 새해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열악한 대내외 경영 여건과 연이어 터진 금융사고로 올해 금융권 인사는 리스크 관리와 소비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규모 임원진 물갈이를 통한 큰 변화보다는 여신 및 리스크, 고객 관리에 능숙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 내실경영과 위험관리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금융권의 노력이 엿보였다.
변화의 바람은 은행권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행장 자리에 오른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리스크 관리 전문가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권 행장의 리스크 관리 경험을 높이 평가해 그를 행장으로 임명했다. 올해 새롭게 선임된 김주하 NH농협은행장도 여신과 리스크 관리 분야에 정통한 인물이다.
이처럼 은행권 수장이 자산 및 여신 건전성 개선 임부를 부여받았다면 이번에 단행된 임원인사는 소비자 보호에 무게가 실렸다. 꺾기나 부당한 이자 수취 등 그간 지속해 온 불합리한 영업관행 등 크고 작은 금융사고에 이어 올해 초 카드사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소비자 보호 업무가 대폭 강화됐다.
또한 권 행장을 필두로 여러 은행에서 여성 임원이 대거 배출됐다. 이전과 다른 점은 이들이 섬세함이나 꼼꼼함 등 여성 고유의 성향을 바탕으로 임원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 및 역량 또 한 분야에서 축적한 전문성 등 능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당당히 임원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권 행장에 이어 두 번째 여성 부행장 타이틀을 단 기업은행 개인고객본부 부행장, 신순철 신한은행 최초 여성 부행장보, 하나은행의 첫 여성 전무인 김덕자 금융소비자본부장과 천경미 대전영업본부장, 외환은행의 최초 여성 전무 최동숙 영업지원본부 전무 등 은행권 여성 임원 5인방은 오랜 기간 영업현장을 누빈 영업통이다.
보험업계도 현장을 발로 뛴 영업맨과 경영 전반을 꿰뚫을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춘 전략통이 속속 임원 자리에 올랐다. 치솟는 손해율과 낮은 자산운용 수익률 등 현재의 난관을 장기적 안목의 경영 전략과 고객 중심의 영업으로 타개하겠다는 복안이다.
고객정보 유출로 순익 제로가 예상되고 있는 카드업계는 주요 카드사 9곳 중 7곳의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될 전망이다. 이번에 금융사고를 일으킨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과 손경익 NH농협카드 분사장은 이미 물러났고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도 사의를 밝힌 상태다.
부실 저축은행이 대거 정리되고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저축은행업계는 최근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정통 금융맨과 영업통이 포진, 영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신상품 등을 개발해 저축은행의 고객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그간 저축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 무리한 영업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이후 마땅한 수익원을 찾지 못하고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펀드판매 및 할부영업 허용 등 저축은행에 새로운 먹거리 기반을 제공하고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가 가시화되면서 최근 저축은행업계는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