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장관이 한 게 뭐가 있느냐? 창조경제? 뭘 했다는 말인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둘러싼 관가와 ICT산업계의 반응은 놀랍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왜 이 어정쩡한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느냐는 것이다.
내심 장관을 빨리 교체해야지, 이미 여론의 질타를 받을 대로 받아 정책적 리더십을 상실한 최문기 장관을 그대로 두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실제 현 정권이 미래부 장관 교체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최 장관이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핵심 부처인 미래부라는 매머드급 부처를 맡은 지 불과 1년도 채 안돼 낙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역량 부족' 때문이다.
정부 출범 1년이 되도록 그간 금과옥조처럼 떠벌리던 창조경제 생태계는 아직도 모호한 개념 논쟁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실 미래부에 대한 우려는 이미 최문기호 출범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최 장관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부가 전 정권의 방통위, 과기부, 행안부, 문화관광부 등 여려 개 부처를 부분 통합, 매머드급 규모로 출범했지만, 정작 해당 부처의 예산은 갖고 오지 못하는 반쪽짜리 부처로 출발했다는 점이다.
예산은 그대로 둔 채 아무리 각 부처 핵심 업무를 떼와 초대형 부처로 출범한들 정책이 제대로 집행될 리 없다. 최 장관은 결정적으로 이런 예산구획 정리에 실패했다.
최 장관의 태생적 한계도 창조경제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기엔 결정적 결함을 안고 있다. 최 장관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장을 지낸, 한평생 ETRI에 몸담아온 연구원 출신이다.
공무원들은 엊그제까지 자신들로부터 예산을 받기 위해, 또 원장이 되기 위해 머리를 조아리던 단체장 출신을 장관으로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정서는 최 장관이 미래부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는 치명적 약점으로 이어졌고, 이 또한 예견된 악재였다.
미래부 공무원들은 최 장관에 대해 운이 좋아 장관이 된, 곧 지나갈 징검다리 장관쯤으로 생각한다.
장관의 업무 역량에 대한 세 번째 논란은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성공적인 정책 어젠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장관은 선동가가 돼야 한다. 장관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가려내는 일과, 이를 알리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파워는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며, 이 때문에 장관은 완력과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야 한다.
최 장관에 대한 업무능력 평판도가 바닥인 것은 이런 선동가적 기질도, 어젠다 설정 후 산업계를 일사분란하게 몰아가는 강한 추진력도, 복잡다단한 이해관계자를 설득시켜 실마리를 찾아내는 흡인력 등이 부족한 탓이다.
창조경제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은 그저 스태프들이 짜준 매일매일의 행사 참석과 강연, 세리머니만으로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과 산업계의 공감대는 물론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동적인 어젠다, 강한 정책 리더십을 통해 거대한 창업의 물결을 만들어내야 하지만, 최 장관에겐 아쉽게도 그런 능력이 없어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30여개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창조경제 실현계획’을 마련, 총 40조원대가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정책을 실행 중이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성과나 창조경제 생태계가 조성될 만한 토대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쑥스러운 상황이다.
수명이 5년도 채 남지 않은 코리아 스마트폰산업의 위기론, 황소개구리 포털이 뒤덮어버려 황폐해진 인터넷벤처 생태계, 내수 소비형 산업으로 전락한 이통산업계, 단말기와 콘텐츠, 서비스업계의 시너지효과를 상실한 방송산업, 대기업의 싹쓸이로 중소기업 중산층이 사라진 기형적 산업구조 등 풀어야 할 난제는 한둘이 아니다.
지금 미래부 장관에게 필요한 덕목은 독선에 가까운 무지막지한 정책적 선동과 물불가리지 않는 추진력, 혼신을 다해 정책적 갈등을 풀어내는 집요함이다.
박 대통령은 언제까지 최문기호에 대한 시장과 산업계의 싸늘한 반응을 방치할 것인가? 지금 한국 ICT 산업계에 켜진 빨간불은 지금의 최문기호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