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의 이름 없는 선수 [차상엽의 시선]

입력 2014-02-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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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올림픽에 비해 동계올림픽은 낯선 종목들이 많다. 프리스타일스키 모굴,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크로스컨트리+스키애슬론 등과 같은 종목들은 스포츠 기자로서도 생소할 정도다.

종목만 낯선 것이 아니다. 선수들 역시 생소한 경우가 많다. 소치동계올림픽을 위해 방송사들은 현지 중계뿐만 아니라 선수를 소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혹은 미니 다큐멘터리 등을 경쟁적으로 제작해 방송한다.

하지만 이렇게 전파를 탈 수 있는 종목이나 선수들은 선택된 경우다. 그것도 메달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을 경우에나 해당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6회 출전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규혁이나 영화 ‘국가대표’로 익숙한 스키점프 혹은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등을 통해 소개된 봅슬레이 같은 경우 정도가 예외다.

이번 소치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선수는 총 71명이다. 어차피 모든 선수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국가대표 단복을 입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 중에는 최소한의 관심조차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자신만의 경기를 치르고 역시 조용히 돌아오는 선수들도 많다. 만 두 살이 다 되어가는 딸을 둔 엄마 선수 이채원(크로스컨트리), 6살 난 아이의 엄마인 여자 봅슬레이 2인승 파일럿 김선옥 등 주부선수들은 물론 김소희, 강영서, 박제윤, 정동현, 이인복, 문지희, 서정화, 서정인 등 메달 가능성이 사실상 거의 없는 설원 종목 선수들은 철저하게 방송에서 외면당한다.

각 방송사들은 소치올림픽에 방송단을 파견하기 이전 출범식을 통해 한목소리로 “메달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종목을 고르게 다룰 수 있도록 하겠다”,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해서 ‘좌절했다’, ‘은메달이라 아쉽다’ 등과 같은 표현은 쓰지 않겠다”라는 점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설원 종목에 관심 있는 팬이라면 현지에서 직접 경기를 보지 않는 이상 생중계로는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 자정을 넘어 방송하는 녹화방송을 통해서만 겨우 화면을 접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30분 내외의 경기 장면을 5분도 채 안 되는 분량으로 ‘시원하게’ 편집한 축소 영상을 통해서다.

태극 마크의 의미와 무게감은 금메달리스트에게나 70명의 선수들 중 최하위를 차지한 선수에게나 똑같다. 경중의 차이는 있을 수 없다. 소치올림픽 특집방송에 나서는 아나운서들은 한결같이 “메달을 딴 선수들뿐만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모든 우리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다. 박수칠 기회는 제대로 주고 있는지 말이다.

한국은 지난 두 번의 동계올림픽에서 연속으로 톱10 안에 진입한 동계스포츠 강국이다. 하지만 선수단 내에는 메달리스트보다 메달과는 관계없이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이름조차 없는 선수들이 더 많다. 이름조차 없는 선수들에게 이름을 찾아주는 것 또한 방송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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