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을 가다] 샌더기 10분 잡았는데 손이 ‘덜덜’…표면은 ‘울퉁불퉁’

입력 2014-02-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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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성수서비스센터

▲산업부 최재혁 기자가 지난 12일 서울 성수동 아우디 성수서비스센터에서 정현섭 도장팀장의 도움을 받아 샌딩 작업을 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차량 정비기술자는 ‘손’이 ‘보물’이다. 정비소에 맡겨진 차량은 수십명의 정비사 손을 거쳐 고객에게 인도된다. 정비사의 얼굴은 몰라도 말끔히 정비된 차엔 그들의 섬세한 손길이 남아있다.

이달 12일 서울 성수동 아우디서비스센터에서 만난 정현섭 도장팀장은 차량 정비경력이 20년 이상인 달인이다. 아우디 차량 앞 범퍼의 도장 작업을 준비하는 그의 손놀림은 재빠르고 능숙했다.

정 팀장을 포함해 모두 50여명의 정비기술자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1층에서는 차량의 엔진오일, 브레이크 페달, 타이어 공기압과 같은 일반 점검을 하고 있다. 도색 작업은 2층에서 진행된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은 영상 2~4℃로 쌀쌀했지만 정비사들의 열기로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샌더기 돌리자 초보자 손은 덜덜= 정 팀장은 아우디 ‘A8’에 장착될 앞 범퍼의 샌딩(도장에 앞서 표면을 고르게 다듬는 작업)을 내게 맡겼다.

그는 “샌딩은 보통 경력이 7년 이상 돼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샌더기(사포를 끼워 사용하는 기계)를 쥐어줬다. ‘이런 난이도 높은 작업을 내가 할 수 있을까. 혹시라도 망치면 어쩌지.’ 긴강감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등줄기가 서늘하다.

힘이 잔뜩 들어간 왼손에 샌더기 손잡이를 잡고 오른손으로 샌더기 위에 위치한 동작버튼을 눌렀다. 사포를 끼운 샌더기는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돌아가며 범퍼의 표면을 갈았다. 웅웅거리는 소리와 흩날리는 먼지. 고르게 갈리고 있는 건지, 너무 많이 간 것은 아닌지 가늠하기 어렵다.

정 팀장은 “힘 조절을 하면서 전 표면을 고르게 갈아야만 착색이 잘된다”며 “경력이 쌓이면 감으로 알 수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작업 중간에 자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작업을 시작한 지 한참 지났을까. 하지만 시계를 보니 고작 10분이 채 흐르지 않았다. 샌더기를 놓아도 손은 덜덜 떨렸다. 긴장해 힘줘 작업한 탓인 듯했다. 물잔을 들었을 때는 떨리는 손 때문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행여 누가 눈치 챌까 손으로 이마의 땀방울을 훔치며 다시 작업에 열중했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표면이 고르게 갈리면 작업 후 매끄러운 게 정상인데 울퉁불퉁했다. 실망한 듯 내려다보던 기자에게 정 팀장은 “도장은 모두 수작업을 거쳐야 하는 만큼 손이 많이 간다”며 “그래도 이 정도면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우디 성수서비센터에는 정비사와 상담사를 포함해 모두 69명이 일하고 있다. 워크베이(작업장)는 24개를 갖췄다. 이곳은 국내 아우디 서비스센터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최재혁 기자(오른쪽)가 정용원 정비팀장에게 정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수입차 판매 늘면서 일손 바빠져= 성수서비스센터는 규모만큼이나 일감이 늘어 정비사가 손을 놓을 새가 없다. 최근 수입차 판매가 크게 늘면서 일반정비와 사고차를 포함해 하루에 소화해야 할 정비물량이 증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는 국내에서 15만6497대가 팔려 전년 대비 19.6% 늘었다.

아우디 성수서비스센터 관리 책임자인 김영석 차장은 “2012년엔 하루 평균 55대를 정비했지만 1년 사이 65대 수준으로 훌쩍 늘었다”고 말했다.

처리 물량이 증가하면서 정비 품질과 고객 만족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수입차는 정비가 늦고 고객서비스가 안 좋다’는 세간의 비평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그래야 했다.

이에 따라 김 차장은 지난해 11월 ‘큐(Q)팀’을 신설해 고객의 불만을 줄였다. 팀명인 ‘큐’는 ‘Quick(빠른)’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3명의 정비사가 엔진오일 교환, 부동액·냉각수 확인 등 차량의 기본 점검을 해준다.

그는 “고객이 정비에서 가장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바로 시간”이라며 “큐팀 신설 후 고객의 민원이 거의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아우디 성수서비스센터에서는 오후 3시 이전에 일반 정비로 차량을 입고하면 당일 출고받을 수 있다.

이번에는 큐팀의 업무를 체험했다. 꼼꼼히 살펴야 할 항목이 무려 50개가 넘었다. 차량의 기본 점검도 만만히 볼 수 없었다. 우선 차량을 리프트로 들어올려 타이어의 마모 수준을 확인했다. 새 타이어는 마모 한계선까지 보통 5mm 깊이를 갖고 있는데 3mm 정도가 닳으면 교체해야 한다. 이어 브레이크 호스 등 주요 부품의 손상 여부를 살폈다. 브레이크 패드도 꼼꼼히 봐야 했다. 패드의 마모 정도가 심하면 제동력이 떨어져 사고 위험성이 커진다.

정용원 정비팀장은 “차량의 밑부분을 점검하는 것은 가까이에서 본 뒤 또 멀리서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엔진룸에서는 엔진오일, 냉각수, 부동액, 워셔액, 미션오일을 확인했다. 눈금을 세심하게 살핀 뒤 부족한 것은 채워줬다. 이후에는 차량 내부를 꼼꼼히 점검하며 정비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정 팀장은 “고객이 원하는 정비 항목을 지정해 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모든 항목을 꼼꼼히 체크해야 출고할 수 있다”며 “세심한 정비는 곧 차량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서울 성수동 아우디 성수 서비스센터에서 한 직원이 도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수입차업체, 정비서비스 질 높이기 위해 사활= 수입차 판매가 크게 늘면서 숙련된 정비인력이 ‘귀한 몸’이 된 것도 최근 정비업계의 흐름이다.

김영석 차장은 “채용사이트에 취업 정보를 올려도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현재 수입차 정비센터는 모든 브랜드를 통틀어 400여개 수준이다. 각 브랜드는 판매가 증가하면서 잇따라 정비센터를 늘리고 있지만 인력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김 차장은 직원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단순 업무만 지속하지 않게 배려해주고 직원들과의 대화 시간도 많이 가지면서 이직을 줄이고 취업 지원을 늘리고 있다.

그는 차량정비사로 일을 시작해 2012년 10월 서비스센터 책임자가 된 만큼 누구보다 정비사들의 마음을 잘 파악하고 있다.

김 차장은 “직원의 만족은 정비 품질과도 관련이 깊다”며 “처음 공장장이 된 후에는 수당이 없어져 월급은 줄고 일은 많아져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고객의 불만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더 큰 보람을 느꼈다”며 미소 지었다.

수입차 업체는 정비사 양성을 위해 국내 교육기관과 손잡고 있다. 아우디코리아는 현재 8개 대학과 아우디 정비를 위한 맞춤형 산학협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선발된 학생들은 채용을 전제로 3개월 동안 이론과 실습을 겸한 현장 인턴십 특화교육을 받으며 교육 기간 중 학생당 120만원의 훈련 지원금을 지급받는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58명 학생 전원은 아우디에 채용됐다.

이 외에 BMW코리아 미래재단은 작년 11월부터 공업고등학교와 마이스터고 자동차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해주는 ‘영 엔지니어 드림 프로젝트’을 진행 중이다. 재규어·랜드로버도 2012년부터 폴리텍1대학교·두원공과대학교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산학협력으로 정비사를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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