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노메달’ 남자 빙상… 불효자는 웁니다

입력 2014-02-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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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영웅’ 이승훈·모태범 메달권 밖 부진… 믿었던 쇼트트랙도 ‘불운’ 연속

이승훈(26)과 모태범(25·이상 대한항공)은 고개를 숙였고, 남자 쇼트트랙은 미끄러졌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상반기 레이스를 마친 한국 남자 빙상의 중간고사 성적표다.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의 줄부진에 한국 빙상계가 초조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첫 메달을 기대했던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12위에 만족했고, 올림픽 2연패를 노리던 모태범은 500m 4위에 이어 1000m 12위에 그쳤다.

무엇보다 전통의 메달밭 쇼트트랙에서의 부진은 충격적이다. 메달이 기대됐던 남자 5000m 계주(박세영·신다운·이한빈·이호석)는 준결승에서 미국선수와의 충돌로 미끄러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로써 한국 남자 빙상은 14일 오전(한국시간) 현재까지 단 한 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하며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4년 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남자 빙상의 위력은 대단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모태범(500m)과 이승훈(1만m)이 단거리와 장거리에서 각각 최강자에 올랐고, 쇼트트랙에서는 이정수(25·고양시청)가 2관왕(1000m·1500m)을 차지했다. 은메달 5개도 남자 빙상에서 나와 전체 메달 14개(금6·은6·동2) 중 11개를 남자 빙상 선수들이 이끌어냈다.

따라서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남자 빙상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4년 전 전력은 아니지만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큰 대회에 강한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은 스피드스케이팅 1만m(이승훈)와 쇼트트랙 500m, 1000m(이한빈·신다운) 정도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의 컨디션과 분위기로는 메달 전망이 밝지 않다.

반면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은 쇼트트랙 남자 1500m 동메달에 이어 남자 계주 5000m에서도 결승에 진출, 러시아 전역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빅토르 안은 앞으로 500m와 1000m에서도 메달을 노리고 있어 러시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빙상에 대한 여론은 기대에서 불신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정 선수에만 의존하는 얇은 선수층과 열악한 환경도 문제지만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이후 불거진 파벌싸움(본지 13일자 14면 보도)과 대표팀 코치의 성추행 사건 등 빙상계 전체 기강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빙상의 맏형 이규혁(36·서울시청)은 “지금보다 잘 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네덜란드에서는 스케이트가 인기 종목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또 선수 개개인의 작은 차이를 배려한 준비도 힘들다”며 단체 훈련에 의존하는 시스템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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