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눈높이 해설, 반기며 환호할 수 없는 이유 [김민정의 시스루]

입력 2014-02-1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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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김성주 트위터

“스타트 라인에서 상대방의 실수도 나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네요. 단거리(스피드스케이팅 500m)다 보니 스타트가 굉장히 중요한 거군요. 스타터가 누구인가도 좌우가 되나요? 스타터에 대한 연구도 하겠군요. 세계적인 선수들이 출발 할 때 실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스타터 라인에서는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안 되나요? 선수들의 체력은 언제부터 고갈됩니까.” 강호동이 2014 소치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객원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가운데 그가 캐스터와 해설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강호동은 기존의 캐스터나 해설위원이 당연하다는 듯 넘어가는 부분을 콕콕 집어내 질문을 던짐으로써 시청자의 궁금증을 해소해줬고, ‘눈높이 해설’이라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의 해설 뒤에 씁쓸함도 존재한다. 각 방송사가 대표 예능 프로그램을 앞세워 소치올림픽의 열기와 생생한 현장을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고군분투 중인 가운데 유독 메달획득 가능성이 높은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씨름판의 황제가 낯선 얼음판에 가서 해설을 한다는 것이 과연 4년간 피땀 흘려 준비해온 선수들에 반가운 일일까. 왜 하필 스피드스케이팅 이어야 했을까. 이상화, 모태범, 이규혁 등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대표 스케이팅 선수들의 출전은 이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특히 이규혁의 6번째 올림픽 출전이라는 남다른 목표의식, 이상화의 금메달 2연패 가능성, 모태범 역시 강력한 메달권 안에 있는 선수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가운데 강호동은 객원해설자라는 이름으로 KBS 중계석에 앉게 됐다. 방송사의 사익을 생각하면 이러한 사실을 마냥 반기며 환호할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각 방송사 중계전쟁 사이에는 중계방송 앞뒤로 붙는 TV CF가 방송사에 가져다주는 이익이 상당하다. 소치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는 특집산정가로 TV 광고 금액이 책정돼 기존 단가인 15초당 약 1200만원보다 2~3배 높은 광고비가 집행된다. TV광고 순서를 정하는데 있어서도 치열한 싸움이 있다. 중계방송 직전과 직후 TV광고 노출은 가장 높은 광고비를 자랑한다. 이 치열한 싸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시청률이다. 광고주는 시청률이 높은 중계방송 종목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에 방송사는 동시간대 방송되는 타 방송사의 중계방송보다 높은 시청률을 위해서 수를 넣는다. 김성주 아나운서나 김동성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등 대중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묘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결과 김성주가 해설을 진행한 이상화 선수의 500m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의 순간 시청률을 31.6%(닐슨코리아), 동시간대 강호동이 진행한 KBS 2TV는 19.7%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는 ‘명품중계 MBC, 최고의 광고효과를 보여주는 MBC’라며 광고주를 대상으로 하는 소식지도 내놨다.

▲사진=연합뉴스

신속성과 정확성, 공정성을 담보로 해야 할 방송사가 자신의 이익에 눈이 멀어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호동이 스피드스케이팅이 아닌 4강을 바라보는 컬링이나 첫 올림픽에 출전해 역대 최고 성적을 내고 있는 스켈레톤 등에 힘을 실어줬더라면 어땠을까. 시청자의 관심을 높여야 하는 비인기 종목에도 집중해야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방송사의 임무는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난 편파적 시각에서 벗어나 올림픽 경기 전반의 다양성을 아울러야 한다.

소치올림픽이 이제 절반이 지나갔다. 각 방송사가 대표 프로그램(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MBC ‘일밤-진짜사나이’)을 활용해 어떤 모습으로 소치올림픽 현장을 담아낼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올림픽 출전이라는 인생 목표를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해온 선수들의 순고한 노력과 열정을 방송사의 시청률 재물로 삼지 않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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