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 영어로 사교육 줄인다고?…수학·국어는 더 어려워져

입력 2014-02-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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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사교육 경감 대책 내세웠지만…현장선 "풍선효과 생길 것" 냉담

교육부가 사교육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으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영어 과목을 쉽게 출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국어, 수학 등 과목의 영향력이 커져 변별력이 강해지면 이들 과목의 사교육 비중이 커지게 된다는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 1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 수능부터 영어 과목 출제 경향을 발표했다. 출제경향에 따르면 우선 심화과목을 배제, 영어Ⅰ·Ⅱ 두 과목에서만 시험을 출제하고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해 정답률이 가장 낮았던 '빈칸추론문제'의 비율도 줄인다.

교육부는 또 문항당 지문의 길이를 줄이는 것을 비롯해 수능 시험지 분량을 축소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영어 과목의 난이도를 크게 낮춘 이유는 그동안 유치원과 사립초등학교 등에서 영어조기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등 영어에 쏟아지는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같은 교육부의 대책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실효성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어나 수학 과목의 출제범위 축소나 난이도 조절 없이 영어가 쉬워지면 상대적으로 이들 과목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 학생들의 부담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실제로 변별력이 높아질 수학과 국어 사교육이 늘어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 역시 "쉬운 수능 영어가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줄이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영어 영역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국어와 수학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다른 과목의 사교육비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교육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초 발표한 '2012년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에 비해 영어는 1.2% 감소했으나 수학은 7.1% 증가했다. 또한 수학과목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9년 6만7000원에서 계속 증가해 2012년에는 7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교원단체들은 사교육을 줄이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정부는 쉬운 수능으로 입시 부담을 줄여준다고 하지만 논술·면접·수능·내신 등 다양한 전형요소를 그대로 둔 상황에서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줄어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실효성 있는 대학서열해소 방안이나 근본적 입시개혁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학생들을 서열화시키는 상대평가제도를 폐지하고, 입시전형에 대해 전향적 개편하는 등 사교육을 유발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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