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남은 날을 손꼽으며 가족과 만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산가족들은 지난 5일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했다는 소식에도 반신반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9월 추석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되고 올해도 성사될 듯하다가 무산되는 등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이제는 가족과의 만남을 확신하고 있다.
해방 직후 헤어진 동생 2명을 만나는 최정호(91경기도 용인시) 할머니는 “이번에는 정말 만나는구나 실감이 난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최 할머니와 함께 상봉 행사에 가는 아들 유기영(65)씨는 “작년 9월 상봉이 무산되고 나서 더 마른 데다 이번 사고로 기력이 없어 휠체어를 타고 가기로 했다”며 “70년을 기다렸는데 반드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딸과 동생 두 명을 만나는 박운형(93경북 경산시) 할아버지는 “상봉이 안 되나 싶다가 되니 아주 기분이 좋다”며 “이제는 정말 평생소원을 푸는 것 같아서 이 이상 더 좋을 수 없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산가족들은 이제 상봉 무산을 걱정하진 않는 듯했지만 강원도에 또다시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는 소식에 조바심을 나타냈다.
동생을 만나는 김명도(91경기도 용인시) 할아버지도 “실감은 안 나는데 이번에는 정말 되는 거 같긴 하다”며 “버스로 속초까지 가는데 눈이 온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