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만화소, OIS(광학식 손떨림 보정), 슬로우 모션, 파노라마, 다양한 스마트샷 기능까지….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 신제품의 카메라 사양이다. 웬만한 디지털 카메라는 능가하는 화소수와 기능, 여기에 무궁무진한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자랑한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갈수록 진화하면서 카메라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카메라영상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디지털 카메라 출하량은 6283만대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36%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12년에 이어 2년 연속 1억대 돌파에 실패했다. 예상치였던 8000만대에도 훨씬 못 미친다. 콤팩트카메라 출하량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 4570만대였지만, 전년대비 무려 41.4%가 줄었다. 스마트폰에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휴대성만을 앞세웠던 스마트폰 카메라가 이제 화질과 다양한 기능으로 중무장했다. 아이폰5S는 화소수는 전작과 같은 800만 화소지만 센서크기가 15% 커졌다. 최근 출시되는 신제품에는 1600만화소의 카메라가 달렸고, 소니의 엑스페리아Z1은 무려 2070만 화소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메라 업계는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더 뛰어난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 외에는 승산이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관련 제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후지필름은 오는 20일 후지필름 80주년 비전 선포 및 올해 신제품 ‘X-T1’ 국내 출시 간담회를 연다. 이날 출시하는 X-T1은 세계 최대 배율과 최단 타임랙이 특징인 뷰파인더를 장착한 전문가용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다. 와이파이를 탑재해 스마트폰을 통한 무선 조종과 생활방수, 방한 기능도 지원한다. 이 제품의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15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소니도 본체 무게가 테이크아웃 커피 한잔보다 가벼운 210g에, 2010만 화소의 센서를 탑재한 미러리스 카메라 ‘알파 A5000’을 공개했다. 파나소닉의 ‘루믹스 DMC-GH4’는 UHD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미러리스카메라다. 니콘의 ‘쿨픽스 P600’은 최대 60배까지 줌을 지원한다. 확대될 수 있는 배율이 크지 않는 콤팩트카메라의 단점을 보완했다.
문제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진화 속도는 더욱 빠르다는 데 있다. 카메라 업계의 존폐가 흔들릴 시점이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
김종훈 LG전자 글로벌마케팅팀 전무는 지난 13일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G프로2 공개 미디어브리핑에서 “사실상 일반 카메라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대체되면서 DSLR 수준의 카메라 기능을 어떻게 스마트폰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콤팩트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에 뺏겼다”며 “카메라 업계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스마트폰으로 대체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