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보유세 공포' 현실로 '성큼'

무 수입 노령층·하반기 강남 재건축 입주자 피해 막심

서초구 잠원동 롯데캐슬 42평형을 갖고 있는 이모씨(62)는 몇천만원이 나올지도 모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내기 위해 최근 집을 팔려고 내놨다.

지난해 대기업 임원직을 정년퇴임한 이씨는 현재 몇몇 임대 부동산 월세를 제외하곤 수입이 없고 가끔씩 분가한 자녀들이 주는 용돈으로 생활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80년대 초 설악아파트로 이사와서 재건축을 마칠 때까지 무려 20년 이상을 거주한 곳을 떠나는 게 내키는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보유세 부담이 너무 심해 용인지역에 부부와 자녀들이 오면 묵을 수 있는 30평형대 집을 하나 사고 나머지는 임대사업용 부동산을 매입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보유세 공포가 현실화 되고 있다.

오는 7월로 예정된 재산세 고지 기간이 다가오면서 보유세 과다에 따른 강남권 주택시장의 동요가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재산세와 종부세 모두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보유세 최대 피해자는 주택 소유 노령층

보유세 과다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강남권에 집을 한 채 갖고 있는 노령층들이다.

이들의 경우 대부분 집을 보유한 것 이외에 정기적인 수입이 없어 사실상 보유세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 실제로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대형 주택을 갖고 있는 노령층 소유자들은 보유세를 감당할 능력이 안 돼 집을 하나씩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보유세는 우선 7월 지방세인 재산세가 고지되며,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는 12월 1일부터 15일까지가 신고 및 납부기간으로 잡혀 있다. 8.31 대책에 따라 대폭 강화된 보유세는 아직까지 고지가 되지 않아 시장에 던진 효과는 크지 않았지만 7월을 앞두고 서서히 공포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봄 이사철을 맞아 거래가 활발한 상태인데 그 중에는 인상된 보유세로 인해 더이상 보유하기가 힘들어진 노령층 소유자가 많다"라고 말했다.

◆하반기 입주 강남 재건축도 보유세 직격탄 피해

보유세 과다에 따른 시장의 동요는 최근 입주를 마쳤거나 오는 하반기 이후 입주를 시작할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더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도곡동, 역삼동, 대치동, 삼성동 등 주로 저밀도 재건축이 추진됐던 지역에 포진한 이들 재건축 입주예정단지의 경우 재건축을 통해 큰 폭의 집값 상승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분양권 상태라 보유세를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더 커진 보유세를 '맞아야 될' 형편이다. 올 설연후 이후 강남권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지난 8.31대책으로 오히려 종부세-재산세 과표는 낮아짐에 따라 웬만한 재건축 대단지의 경우 30평형대도 과세 대상에 놓이게 된 때문이다.

도곡렉슬 주변 한 중개업자는 "아직 보유세 부담에 따른 매물이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보유세 부담과 보유에 따른 전망을 물어보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입주시기에 따라 2006년분 보유세를 피할 수 있는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와의 명암도 갈릴 전망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는 6월 1일 현재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는 주택에 한해 과세된다. 준공검사를 마친 것과 상관없이 임시 사용승인만 나면 주택으로 간주된다.

이 경우 5월 경 입주를 시작한 주택은 실제 이사를 하지도 않은 상태라도 재산세와 12월 종합부동산세가 모두 부과되게 된다.

예를 들면 올 6월 이전 입주를 마친 도곡렉슬 등은 7월과 12월에 2006년분 보유세가 그대로 부과되는 반면 8월 입주예정인 역삼동 개나리 우푸르지오는 입주기간 몇 달 차이로 한 해 분 보유세가 부과되지 않게 되는 셈이다.

강남구청의 한 관계자는 "건교부가 공시할 주택공시가격에 따라 재산세가 부과될 것"이라며 "입주시기에 따라 차별은 있겠지만 원칙에 따라 과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강남구와 서초구 에서 올 6월 이전 입주를 마쳐 보유세 대상이 되는 아파트는 약 20개 단지 1900여 세대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