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전국의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고 주택 거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세금 폭탄'으로 불리며 재건축 시장을 짓눌러온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도입 8년 만인 올해 폐지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부동산시장 과열기인 2006년 재건축아파트 투기 열풍을 잡기 위해 도입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으로 정상주택 가격 상승분을 넘어서는 이익이 생길 경우 국가가 조합원들한테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 기간이 통상 10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강남의 재건축 대상 조합원 대부분이 부담금 걱정에 사업 추진을 꺼렸다.
2006년 5월에 도입됐지만 현재까지 환수 대상으로 지정된 사업장은 4곳, 실제 부과금을 낸 단지는 송파구 풍납동 이화연립 한 곳뿐이다. 이미 올해 말까지 제도 적용이 유예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아예 폐지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울·수도권에서 재건축 때 전체 가구 수의 20% 이상(서울 기준)을 소형주택으로 짓도록 한 소형주택 의무공급 비율도 사라진다. 현재 재건축 아파트는 가구수의 60% 이상을 전용면적 85㎡ 이하로 지어야 한다. 또 서울, 경기 등 과밀억제권역은 조례를 통해 이 60% 중 20%를 60㎡ 이하로 짓도록 하고 있다.
또 수도권(과밀억제권역)에서 재건축 사업을 할 때는 조합원들이 보유 주택 수와 상관없이 '1가구 1주택'만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앞으로는 소유 주택 수만큼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반시장적 규제를 푼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초과이익 환수제는 미실현 이익에 과세하는 등 문제가 많은 제도"라며 "재개발의 경우 이익 환수제도가 없는데 재건축에만 남아 형평성 문제까지 있어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재건축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강남권 일대 노후 아파트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부담금'이란 불투명성 때문에 사업 추진을 꺼려 왔던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 입장에서나 재건축사업권을 따내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큰 호재다. 압구정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형 평형의 경우 재건축 과정에서 최대 수억 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부동산114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폐지되면 전국의 재건축 단지 442개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63곳을 포함해 204곳, 경기 76곳, 인천 27곳, 대구 43곳, 부산 33곳, 대전 16곳 등이다.
이들 가운데 주택을 제외한 아파트 재건축 대상 가구 수는 13만8877가구로 서울이 6만6335가구(강남4구 5만2293가구)로 가장 많고 경기(2만7860가구), 부산(1만7291가구), 인천(7009가구), 대구(5530가구), 경남(4798가구) 순이다.
이미윤 부동산114 과장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소형의무비율 완화 등의 규제 완화 조치로 전반적인 사업성이 개선돼 재건축 사업추진이 탄력이 받을 것"이라며 "특히 재건축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서울 강남·강동권의 실질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