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파나소닉 위기는 삼성의 저주? 일본인들 반감에 ‘속앓이’

입력 2014-02-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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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사 잇단 몰락에 현지 괴담 나돌아… UHD TV 재진출 사실상 포기

일본의 자존심 소니가 무너졌다. 파나소닉, 샤프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옛 영광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머릿 속은 오히려 복잡하다. 안도감보다는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차세대 OLED 및 UHD TV를 앞세워 일본 TV 시장 재공략을 검토했지만 사실상 진출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삼성전자는 일본 TV시장 진출 5년 만인 지난 2007년 점유율 1% 이하라는 부진한 실적 끝에 철수한 바 있다. 이번 재진출 포기는 일본 시장의 벽이 워낙 높기도 하지만 일본인들의 거부감을 고려했다는 게 삼성 안팎의 분석이다.

UHD TV는 일본 소니가 부활을 위해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전체 TV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지만, UHD TV만은 소니가 1위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는 북미와 유럽 UHD TV 시장에서 소니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일본 시장에 UHD TV를 출시하고 소니와 경쟁을 벌인다면 일본인들의 반감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일본 시장을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일본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발언이나 행동은 되도록 하지 말라는 게 최고위층의 지시”라고 밝혔다.

일본은 삼성전자에 의미 있는 시장이다.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이건희 회장은 현지 경제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매년 일본을 수 차례 방문해 의견을 나누곤 한다.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부회장 역시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 삼성이 일본에 더욱 민감해진 것은 소니가 무너진 후 ‘삼성의 저주’라는 말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무너진 산요, NEC, 파나소닉, 소니 등은 공교롭게도 과거 삼성과 협력하고 도움을 줬던 업체들이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1969년 산요전기와 ‘삼성산요전기’를 설립하고 전자산업에 발을 내디뎠다. 이 회사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1970년 처음 흑백TV를 생산했다. 오늘의 세계 TV 1등의 첫 출발점이다. 하지만 산요전기는 2009년 파나소닉에 인수됐고, 파나소닉 역시 위기에 몰렸다.

삼성전자와 2004년 LCD 패널 생산 합작사인 S-LCD를 공동설립했던 소니도 최근 신용등급이 ‘정크(투기)등급’까지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때 반도체 세계 1위, 일본내 휴대폰 1위를 자랑하던 NEC는 적자에 허덕이다 지난해 모바일 사업을 접었다. 반도체도 톱10 밖으로 밀린 지 오래다.

NEC 역시 1970년 삼성과 합작사 삼성NEC를 설립한 역사가 있다. 당시 삼성은 브라운관 사업의 초석을 다졌다.

일본 시장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삼성이 자국 기업의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일본 전자업체들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해당 임직원들이 일본을 떠나 삼성을 비롯한 한국 업체로 이동하는 것에도 일본 국민은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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