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유통가에 가장 화제가 되는 말은 바로 ‘에이트 포켓 원 마우스(Eight pockets one mouth)’입니다.”
롯데백화점 최은경 선임상품기획자는 최근 유통가의 분위기를 ‘에이트 포켓 원 마우스’라고 정의했다. 이는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이모·고모 등 8명의 주머니에서 아이 1명을 위한 지출이 쏟아진다는 뜻이다.
국내 유통업계가 ‘2007년생 입학 신학기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007년 황금돼지띠에 태어난 어린이들이 일제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면서 ‘입학 쇼핑’에 여념이 없다. 일부 아동의류와 가방은 물량 부족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20일 통계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황금돼지띠인 2007년도 출생아 수는 49만3000명으로 직전 연도인 2006년 44만8000명 보다 4만5000명이 더 많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수는 약 48만명으로 지난해보다 10%(4만3000명)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초등학교 입학생수는 지난 2010년 47만6000여명을 기록한 이후 3년간 하락세를 보이다 이번에 최대치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입학률이 10%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도 덩달아 호재를 맞고 있다.
‘빈폴키즈’를 운영하는 삼성에버랜드 패션 부문은 일부 초등학생용 가방 신상품이 작년 연말에 벌써 동이 나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추가 생산된 제품 역시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도 가방, 학용품 등의 판매율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신학기 특수를 예상하고, 예년보다 물량을 두 배 이상 늘렸는데도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가구업계 역시 호황이다. 한샘 관계자는 “자녀에게 책상과 침대 등을 장만해주려는 부모들 덕분에 올해 1~3월 매출이 작년보다 30%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도 마찬가지다.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 주요 온라인몰의 책가방 판매가 전년대비 40~100% 증가했다. 입학생이 증가한데다 작년에 2월 10일이던 설이 앞당겨져 1월에 판매가 더욱 집중됐다.
일부 패션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상품의 인기도 날로 치솟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60만원을 호가하는 버버리 아동용 트렌치코트는 없어서 못판다”면서 “일본에서 수입한 30만원대 란도셀 책가방도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3월에는 행운을 가져온다는 ‘청마의 해’보다 재물복이 있다는 ‘황금돼지띠’ 이슈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2007년에는 황금돼지띠 출산이 붐을 이루면서 일명 ‘골든베이비 특수’로 기저귀 등 관련 유아용품 매진 행진이 잇따랐는데, 결혼과 출산 등의 이슈가 있는 해에는 이와 같은 특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