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이 하이마트 주식 매각을 완결 짓고 6556억원을 넘겨 받은지 1년 4개월이 지났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7000억원에 육박했던 종잣돈을 모두 어디에 사용했을까. 신사업에 투자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과 달리 유 회장은 보유 현금 100%를 빚 청산에 쏟아 부었다.
21일 유진그룹에 따르면 2012년 10월 하이마트 매각을 완료한 데 이어 2004년 고려시멘트 인수 당시 확보한 슬래그시멘트 공장 2개를 처분하면서 1000억원의 현금을 추가적으로 확보했다.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매각 대금 회수와 동시에 2007년 하이마트 인수 당시 발생한 차입금 중 일부인 4000억원을 바로 상환했다. 이어 크고 작은 채무관계를 순차적으로 해결하며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했다.
유진그룹 부채비율은 2008년 말 당시 310%에 달했다. 이후 로젠택배 등 자산 매각을 통해 2010년 말에는 166%로 낮아졌고 하이마트 매각 대금을 모두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한 결과 현재 부채비율은 두 자리 수로 크게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현금은 사라졌지만 빚을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재무건전성은 훨씬 좋아져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더 좋은 상황이 됐다. 하이마트에 대한 채무 보증을 했던 유진기업만 해도 현금자산성이 2012년 12월 기준 1000억원을 넘어서며 1년 만에 4배 가량 늘었다. 부채비율도 2010년 9월 말 178%에서 지난해 9월에는 99%로 떨어졌다.
유진그룹은 이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과거 하이마트, 로젠택배, 한국통운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키워왔던 것과 달리 신규사업 모색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그룹은 지난해 1월 유진기업을 통해 유진에너팜을 설립하고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 사업에 진출했다. 또 올해부터는 유진그룹이 그동안 해왔던 사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실제 지난 1월부터는 기존 건설사업 노하우를 살려 건설 현장에 철근을 납품하고 있으며 향후 철근 외에도 수요가 높은 건자재 납품에도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