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기자의 '맛 이야기'] 전주 '맛' 탐방기③

입력 2014-02-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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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시고 있다는 경기전과 영화 약속으로 유명해진 전동성당을 구경하니 금새 출출해진다.

점심을 먹기는 이른 시간이라 간식을 먹기로 했다. 일단 가볍게 먹을 만한 '모정꽈배기'를 사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맛집 여행에 꽈배기라니.. 꽈배기는 집 근처 슈퍼에 가도 맛볼 수 있는 그냥 과자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블로그 등에 올라온 전주 맛집 여행기를 읽을 때 마다 언급되는 '모정 꽈배기'의 맛이 너무 궁금했다.

매장 안에서 직접 만들어지는 꽈배기는 일단 비주얼에서는 특별함을 찾을 수 없었다. 항상 우리가 먹어왔던 꽈배기 과자 그 모습 그대로 였다.

맛이나 보자는 생각에 2000원을 주고 한봉지를 구입했다. 방금 튀겨진 과자가 '바사삭' 부셔지는 순간 고소함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바로 튀겨 팔아서일까? 과자임에도 불구하고 방금 딴 채소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맛이었지만 자꾸 손이 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2~3봉지씩을 더 구매했다. 택배 배달도 된다는 말에 명함도 한 장 야무지게 챙겨넣었다.

음료도 없이 과자를 먹다보니 목이 마르다. 그 때 임실치즈 체험관이 눈에 들어왔다. 임실치즈의 명성 역시 익히 들어왔던터라 임실치즈 체험관에서 판매하는 요거트 하나씩을 먹기로 결정했다.

평소 'D***' 요거트음료 매니아로 알려진 한 기자가 먼저 시식을 했다. 말 없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맛을 보니 진한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얼마나 진한지 걸쭉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모정꽈배기에 임실치즈요거트까지 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다음 예정지였던 '길거리야' 방문은 잠시 미루기로 하고 앉아서 쉴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 장소는 '추억박물관'이었다. 한옥마을 구경을 위해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장소다. 마치 예전 동네슈퍼 같은 허름한 외형이 향수를 자극하며 눈길을 끌었다.

카페라고하지만 마실꺼리 보다는 볼꺼리가 더 많았다.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소소한 추억의 물건들이 가슴을 설레게했다. '달그락달그락' 건담이 그려진 철제 도시락에 실내화를 넣어다녔던 캔디가 그려진 보조가방, 아꼈던 용돈을 '몰빵(?)'했다 엄마에게 걸려 혼이 났던 종이뽑기, 아빠가 '솔담배'를 피우며 저녁마다 드셨던 OB맥주병에 맥주잔까지..

어렸을 적 추억을 떠올리며 한바탕 수다를 떨었다.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도 의견이 분분했다. 조점례 피순대국, 베테랑칼국수, 성미당 혹은 한국관의 비빔밥 등 먹고싶은 것들이 많았다.

결국 결정된 것은 한정식이었다. 먹고 싶은 것이 많으니 음식 가지수가 많은 한정식을 먹자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잊고 있었다. 우리가 기자라는 것을.

직업 탓에 서울의 유명 한정식들을 섭렵하고 다녔던 우리에게 서울과 큰 차이가 없었던 한정식 집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허전한 마음과 뱃속을 달래기 위해 길거리야로 발길을 돌렸다. 전주에서만 맛볼수 있는 바게트 샌드위치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적인 맛을 자랑했다.

어렸을 적 먹었던 케찹과 마요네즈가 범벅이된 양배추가 잔뜩 들어간 햄버거와 비슷한 맛이 나기도 했지만 이와 달리 상당히 매콤했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기자 한명은 너무 맵다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샌드위치 한개를 금세 해치웠다.

점심과 간식을 한꺼번에 해치운 뒤 다시 관광에 나섰다. 전주 한옥 마을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전통 공예품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을 둘러봤다.

한옥마을 내에는 게스트하우들이 많았다. 안락해 보이는 전통 가옥 형태의 게스트 하우스들을 보자니 당일치기 여행을 결정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코스로 '가맥'집을 찾기로 했다. 가맥은 '가게+맥주'의 줄임말로 술집이 아닌 슈퍼와 같은 가게에서 병맥주와 간단한 마른 안주를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전주의 가맥집들이 유명해진 것은 연탄불에 바로 구워주는 황태구이 때문이다. 특히 이 황태를 찍어 먹는 소스가 유명하다. 달짝지근한 간장 양념에 매운 고추를 다져넣은 이 소스는 마법의 소스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라고 한다.

연탄불에 구운 두툼한 황태를 쭈욱 찢은 뒤 소스를 듬뿍 묻혀 먹어보았다. 포슬포슬한 황태살과 매콤한 소스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궁합을 자랑했다. 여기에 차가운 맥주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금상천화다.

특히 호프집과는 다른 투박한 가게의 분위기가 감성을 자극했다. 서울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도 나누다 보니 어느덧 여행도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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