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셴코 연설
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의 주역인 율리야 티모셴코(53) 전 총리가 휠체어 투혼으로 대중을 압도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22일(현지시간) 직권 남용죄로 수감 중인 티모셴코 전 총리를 석방하고, 수도를 빠져나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사퇴와 5월 25일 조기 대선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석방된 티모셴코는 교도소에서 석방 즉시 반정부 시위대의 집결지인 수도 키예프의 '마이단 광장(독립 광장)'으로 향했다.
지병인 척추 디스크 때문에 휠체어를 탄 채로 단상에 오른 티모셴코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10만명 가량의 시위대 앞에서 "드디어 국가의 암 덩어리인 야누코비치를 제거했다"면서 "여러분들은 영웅"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오늘 끔찍한 독재자와 관계를 끝냈다"면서도 "야누코비치와 주변 '쓰레기'를 독립광장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젊은이들의 심장에 총을 쏘게 한 이들을 용서할 수 없다"며 "여러분이 원하던 것을 얻기 전까지는 독립광장을 떠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불타버린 차와 바리케이드, 꽃을 보고 키예프를 알아볼 수 없었다"면서도 "이는 또 다른 우크라이나, 자유 시민의 우크라이나"라며 "자유를 위한 여러분의 투쟁이 다른 전 소비에트연방 국가에도 민주주의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 지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오렌지 혁명'의 주역이다. 오렌지 혁명이란 당시 레오니트 쿠치마 정권의 대선 부정 선거에 맞서 국민들이 대대적인 규탄 시위에 나서 평화적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한 것을 말한다. 당시 국민들이 야당을 상징하는 오렌지색 옷을 입고 시위를 벌여 오렌지 혁명이란 이름이 붙었다.
티모셴코는 오렌지 혁명을 이끌어 유셴코의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뒤 총리로 임명됐지만, 2006년 야누코비치에 밀려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야누코비치 정권의 탄압을 받아 총리 재직 시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10년간 가스 수입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 러시아 측에 유리한 계약이 체결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2011년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우크라이나 동부 하리코프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 지병인 척추 디스크로 치료를 받아왔다. 2년6개월째 수감됐던 티모셴코는 22일 우크라이나 의회의 의결로 풀려났다.
티모셴코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상황에서 5월 치러질 대선의 강력한 후보를 떠올랐다. 친러시아 정책을 추진해온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실각하면서 티모셴코가 대권을 잡을 경우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급속도로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