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보는 경제]꿈이 있어야 ‘국민행복시대’

입력 2014-02-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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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ㆍKDB산업은행 부장

노엄 촘스키는 언어학자이며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적 지성인이다. 그가 ‘이상적인 모습에 가깝게 발전하고 있는 나라’로 한국을 꼽은 적이 있다. ‘한국 국민들은 제국주의 식민지배를 딛고 일어나 다른 나라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었으며 동시에 독재정권에 항거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해냈다’고 그는 말했다.

경제발전과 민주화 성공은 우리의 트레이드 마크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52년 67달러, 60년에도 79달러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못사는 나라였다. 그러던 것이 2012년에 2만4000달러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우리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유럽 신경제재단(NEF)이 국가별로 행복지수를 조사했는데, 부탄이 1위를 차지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2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탄의 국민 97%가 행복하다고 답변했다. 98년도 런던정경대학(LSE)의 조사에서는 방글라데시가 국민행복지수 1위였다.

최근 국내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이 국민행복지수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의하면 OECD 3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33위, 최하위 수준이다. OECD에서도 ‘더 나은 삶 지수(Your Better Life Index)를 발표한 적이 있다. 여기서도 우리나라는 행복과 관련된 지표에서 대부분 최하위였다. 장시간 근로자 비율 31위, 주관적 건강상태 34위, 삶의 만족 25위, 대기와 물의 질 등 환경 26위 등이었다. 국가의 소득 수준이 높아도 개인은 불행할 수 있다는 단적인 증표이다.

1995년 4월,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에게 농촌마을 마이샤하티 여인들이 물었다. ‘암소와 하는 일과 아이들’이 있느냐고. 힐러리가 대답했다. “아뇨, 저는 암소도 일자리도 없어요. 아이는 딸 하나 있어요.” 가난한 시골 여인들은 자기들끼리 중얼거렸다. “불쌍한 힐러리!”

암소와 일자리와 아이들, 작은 재산과 소득과 미래에 대한 꿈이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특히 꿈,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이 행복한 시대’를 지향하려면 경제성장보다, 경제민주화보다, 꿈과 희망이 먼저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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