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론 대규모 분식회계…손실 떠넘겨

입력 2014-02-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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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銀 부실투자... 일산 고양터미널 불법대출도

KT ENS 자회사의 협력업체 대출사기는 특수목적법인(SPC)이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페이퍼컴퍼니인 SPC는 설립이 자유롭고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외 금융사기에 매번 등장하면서 불신도 커진 게 사실이다.

SPC가 관련된 대표적 사건 사례로 엔론을 꼽을 수 있다. 미국 에너지회사 엔론은 5년간 파생상품 투자로 입은 손실 15억 달러(1조6500억원)를 회계 장부에 넣지 않고 주주와 투자자를 속인 사실이 적발됐다.

엔론은 랩터(Raptor)라 불리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특수목적법인은 자산 양수도 같은 특수한 목적을 위해 설립된 신탁회사나 유한책임회사다. 모기업이 특수목적법인 지분의 49% 미만을 갖고 있으면 손익은 모기업 재무제표에 기재되지 않는다. 엔론은 이 점을 악용, 투자 실패 시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할 손실을 랩터에 떠넘겼다.

국내에서는 2011년 논란이 된 부산저축은행 부실사태, 일산 고양터미널 사업 불법대출 사건이 있다. 두 사건 모두 대주주가 개인이나 차명 소유로 여러 개의 SPC를 만들어 ‘동일차주 여신한도’ 규정을 피하면서 대출을 받았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대주주들은 부동산 개발, 해외투자 등 이권 사업을 위해 차명 SPC를 세워 예금자들의 돈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이 돈은 당초 사업에 쓰이지 못했고 대주주들이 비자금으로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저축은행 관련 SPC 피해 규모는 1조2200억원이다.

일산 고양터미널 사업 불법대출은 에이스저축은행과 연관이 있다. 이 사업 시행사 대표 이모(54)씨는 2005년 터미널 사업권을 인수한 뒤 SPC와 자신 소유의 회사들을 동원해 에이스저축은행으로부터 7200억원의 불법대출을 받았다.

317조원 규모의 인천 용유·무의복합개발(에잇시티) 무산도 SPC 자금 부실과 관련이 깊다. 원래 자본금 500억~1000억원 규모의 SPC를 설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에잇시티로 이름을 정한 SPC는 원래 10조원대의 사업비를 투자할 계획이던 이 사업을 317조원으로 무리하게 확장했다. 이후 SPC가 사업시행자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자본금 4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은 끝났다. 금융권이 이 사업 투자자들에게 대출한 금액은 3000억원이 넘으며 사업부지 내 국·공유지를 포함한 총 보상금은 5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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