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국회가 결국 빈손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27일 오후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이미 상당수 주요 법안들은 상임위 처리가 무산됐다. 비쟁점 법안들도 법사위 전체회의가 진통을 거듭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수차례 강조해 온 규제완화 법안은 단 한건도 처리되지 못했고, 당장 7월부터 시행키로 한 기초연금법은 여전히 통과가 불투명하다.
국회가 지금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건 6·4지방선거의 영향이 적지 않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다 보니 법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탓이 크다.
관광진흥법, 서비스산업발전법, 크루즈산업육성법, 분양가상한제폐지법, 자본시장법 등 5개 주요 경제활성화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못해보고 다음 국회를 기약하게 됐다. 이들 법안은 박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달성하는 데 필수 법안으로 꼽힌다.
새누리당에서도 이들 법안을 우선처리 법안으로 선정해 2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제 상임위에서는 그다지 적극성을 띄지 않았다. 야당의 반대가 심해 가뜩이나 심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물리적 충돌까지 빚으며 총대를 메는 모험을 감행할 사람은 없었다.
특히나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일부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에 나서면서 법안 표결여부를 결정짓는 법안심사소위에 불참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야당의 ‘떼쓰기’ 구태도 반복됐다. 툭하면 상임위를 파행으로 몰았고, 검찰개혁법 합의 불발을 명분으로 법사위를 보이콧하면서 다른 법안들까지 가로막았다. 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관련 민주당 진상조사단은 국회가 열리고 있는 와중에 현장조사를 하겠다며 중국으로 출국하기까지 했다.
고의적인 상임위 파행이나 의사일정 거부에 대한 패널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소극적 자세에 대한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간간히 법안 처리를 호소하는 목소리를 내 온 것 외에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과거 국무총리나 장관들이 여야 지도부와 상임위원장 등과의 면담을 통해 정치적 해법을 찾아 온 것처럼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홍원 총리는 기초연금법 처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본회의를 하루 앞둔 26일 오후가 돼서야 문형표 복지부장관과 함께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이 채근해야 뒤늦게 시늉하는 ‘늑장대응’이 이번에도 재연된 셈이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장관급의 고위공직자들은 전문성 이상으로 중요한 게 정치력인데, 지금 정부 관료들은 정치력이 많이 부족하다”며 “국회가 성과를 내지 못한 건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지만 정부의 지원사격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