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전 한보철강 회장 '운동하며 재기 준비'

입력 2006-04-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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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고 정주영 명예회장 집에 살며 새벽산책

정태수 전 한보철강 회장이 올해 2493억여원의 체납액을 기록하며 세금체납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정 씨는 지난해 1507억원 세금을 체납해 1위를 기록했고 올해 또다시 최고 세금 체납자로 선정되면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정태수씨의 셋째 아들인 정보근 전 한보철강공업대표와 넷째인 정한근 전 한보철강판매대표 등도 각각 1034억원, 472억원을 체납하여 3위와 5위에 등극(?)했다. 이로써 정씨 3부자(父子)가 세금체납 1·3·5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정씨는 지난 97년 한보철강이 부도난 후 비자금조성 및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2002년 대장암 판정을 받아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상태다.

특이한 사실은 돈이 없어서 2년 연속 세금체납 1위에 올랐지만 정작 정 씨가 사는 곳은 전 대기업 총수가 살던 궁궐과 같은 집이라는 것이다.

정씨가 살고 있는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저택은 대지 615평에 건평 149평의 2층짜리 주택이다. 이 건물은 지난 2001년 3월, 정 명예회장이 타계한 뒤 부인 변중석씨 소유로 넘어갔다가 그 해 9월 부동산업자인 정모씨에게 50여억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보철강이 부도난 뒤 채권단에 의해 개인 재산이 압류되면서 방배동 집이 경매에 부쳐진 이후 정주영 전 회장의 저택으로 집을 옮겼다. 그동안 검찰과 국세청은 정씨의 가회동 전셋집에 대해 자금출처 등을 정밀 조사해왔다.

이 집에 정씨가 전세로 입주한 것은 2003년 10월경이다. 그가 낸 전세금은 1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이 집의 전세금을 자신이 운영해온 Y대학 학교운영비에서 빼내다가 쓴 것으로 밝혀지면서 검찰에 기소를 당했다.

정씨가 비리 혐의로 기소되기는 지난 91년에 있은 ‘수서 택지 특혜분양’사건과 97년의 ‘한보사태’에 이어 세 번째다. 그야말로 그의 인생은 화려한 재벌총수에서 범죄자로 전락해 검찰의 문지방을 제 집 드나드는 신세가 된 것이다.

한편, 올해 82세로 고령인 정 씨는 몇 달 전부터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삼청공원에 새벽 산보 등을 통해 건강을 챙기며 재기를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세금 체납에도 그는 10억원대의 고급 주택에 세들어 사는 것은 물론 평소 고급 벤츠 승용차를 타고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에 있는 ㈜한보 사무실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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