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소치의 여풍, 기업은…

입력 2014-02-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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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금메달을 여자 선수들이 모조리 휩쓸었다. ‘남성일색’이던 동계 스포츠계에도 이제 ‘여풍(女風)’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계만큼이나 남성들이 오랜 기간 장악해왔던 대기업 임원 자리에 여성들이 서서히 비집고 들어오고 있는 현상이 오버랩된다.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100명을 넘겼다고 한다. 2004년 13명에 불과했던 여성 임원은 10여년 만에 10배가량 늘었다. 무형의 장벽이었던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조금씩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삼성은 201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여성 인력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을 단행했다. 총 15명의 여성 임원 승진자 중 60%는 발탁 승진이다. 부장을 단 지 1~2년 만에 차별된 성과와 능력으로 임원으로 올라선 주역들이다.

하지만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스포츠계 여풍’과 ‘재계 여풍’은 얼핏 보면 그저 단순히 ‘여성이 강해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명확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전자는 나이, 성별 불문하고 순수 능력만 가지고 평가를 받는다면 후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나도 많은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남성을 선호하는 이유는 △조직 적응력 △책임감 △근성 △업무처리 능력에서 여성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한 조사 결과가 얼마 전 발표됐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50.3%)은 채용 시 여성 지원자를 기피한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그토록 원하는 적응력, 책임감, 근성, 능력 등을 모두 갖춰야 한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우리 여성 선수들은 이 같은 요건을 모두 갖췄기에 영광의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같은 능력들이 평가절하되기 일쑤다.

아직까지는 기업 사회에서 여성 임원 전성시대가 제대로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여전히 10대 그룹의 여성임원 비율은 1.5%로 전체 여성 직원 비율(20.4%)에 비해 턱없이 낮고 전체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1% 남짓에 불과하다. 이 1%도 오너 일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여성이 출세하기 가장 어려운 국가’로 꼽혔다. 또 미국의 한 연구기관은 한국 대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1.9%로 45개 조사 대상 국가 중 43위라고 발표했다.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 선수는 4년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며 기록을 단축해왔다. 아이 엄마이자 가정의 주부이지만, 일터에서만큼은 남자들과 함께 동등하게 일하고 있는 여성들 역시 그들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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