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관세화, 쌀을 살리기 위한 방안 -서종석 전남대 농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4-02-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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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단순히 사고파는 하나의 상품이기 이전에 우리 민족의 생명이자 역사와 문화 그 자체였다. 쌀을 빼놓고 우리 역사와 생활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우리를 생각할 수 없고, 앞으로도 쌀이 없는 우리 민족과 후손들을 생각하기 어렵다.

쌀은 정치·경제재로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115만여 농가 중에서 벼농사에 종사하는 농가가 50여만 가구나 되고 농업소득에서는 쌀 소득이 거의 절반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환경보전, 홍수조절, 수자원 보전 및 정화, 농촌경관 유지 등 수많은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쌀이 내우외환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1인당 쌀 소비량이 60kg대로 하락하는데 우리를 향한 쌀 수출국들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올해 말이면 관세화 유예가 종료되는데 우리나라가 채택할 수 있는 방안은 WTO 전 회원국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 ‘의무면제(waiver)’를 획득하거나, 의무수입물량을 동결하되 WTO 농업협정에 따라 설정된 관세를 부과하도록 관세화하는 방안이다.

이 밖에도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타결 시까지 의무수입물량을 증량할 필요 없이 관세화 유예를 지속할 수 있다는 ‘현상유지(standstill)’ 주장이 있으나, 최근 발표된 필리핀의 협상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사항을 시사한다. 필리핀은 1차 관세화 유예가 종료되는 2004년 7년간의 2차 관세화 유예를 인정받았고 3차 유예를 위한 협상을 WTO 회원국에 요청했는데 9개국이 협상을 신청했다. 문제는 필리핀 시장에 관심이 많았던 쌀 수출 6개국이 쌀 쿼터를 과다하게 요구하고 의무 수입쌀의 관세율을 대폭 낮춰 달라는 요구를 했을 뿐만 아니라, 필리핀 시장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미국, 호주, 캐나다가 쌀을 빌미로 필리핀이 수용하기 어려운 육류 관세인하 및 검역장벽 완화 등을 과도하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필리핀은 쌀 수출 6개국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의무수입물량을 2.3배로 증량하고 의무수입쌀의 관세율도 40%에서 35%로 낮추고 6개국에 개별적 쿼터를 제시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쌀 시장에 관심이 없던 3개국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필리핀은 미국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여 의무면제가 수용되더라도 그 기한은 5년으로 국한하되 해마다 면제조건 이행을 점검받고, 약속한 보상을 하지 않을 경우 즉시 관세화해야 한다는 것을 명문화했다. 협상은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3개국이 요청한 보상은 대외비란다.

‘현상유지’가 불가능해 ‘의무면제’를 활용하려 했던 필리핀의 사례는 ‘현상유지(standstill)’ 주장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의무면제(waiver)를 추진하는 경우 쌀 의무수입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뿐만 아니라 쌀을 고리로 여러 나라가 타 품목에 대한 과도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대다수의 국민이 쌀을 걱정하면서 관세화(수입개방)하면 우리 쌀농업이 무너질 것으로 걱정한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우리 쌀의 가격경쟁력은 매우 높아져 국내외 쌀 가격의 차이가 4배에서 2.3배까지 낮아졌고, 연구진은 관세화하더라도 수입물량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조기 관세화를 단행했던 일본과 대만의 경험은 쌀을 관세화하더라도 외국산 쌀의 맹목적 수입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의무수입물량의 증가를 막아 자국산 쌀의 가격유지에 결정적 도움을 준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은 해마다 400만 톤을 조금 넘는다. 관세화 유예를 선언할 경우 많은 나라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국내 생산량의 20% 혹은 국내 소비량의 16%에 달하는 약 80만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데 이의 30%는 가공용이 아닌 밥용 쌀이다. 가공용 쌀의 물량은 두렵지만 밥용 쌀의 물량은 더욱 무섭다.

결심이 필요하다. 쌀의 개방화에 대하여 많은 사람이 우리 농업, 특히 벼농사를 지키기 위하여 많은 논의를 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지난 10년 동안의 숙제였던 쌀 시장 개방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 답은 ‘쌀 관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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