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1년 한국경제] 10건 중 2건 수용…‘시늉뿐인 가시뽑기’ 中企인 피로감만

입력 2014-03-0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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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 곤란·미답변 과제가 절반이상…“취임 땐 기대 컸는데…” 볼멘 소리

“손톱 밑 가시를 뽑아내듯 중소기업의 제도관행을 고쳐 나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2012년 8월 중소기업인들과의 오찬에서 강조했던 말이다. 이후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했고, ‘손톱 밑 가시’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사회에 번졌다. 이에 대통령 후보로서 사회적 화두를 선제적으로 잘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문제는 그만큼 손톱 밑 가시 뽑기가 잘 진행돼 왔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 취임 1년. 손톱 밑 가시 뽑기가 당선인 시절 표를 얻기 위한 환심성 공약에 그쳤을지, 아니면 중소기업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효율적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지난 1년간의 성과를 살펴본다.

◇손톱 밑 가시, 얼마나 나왔나= 손톱 밑 가시란 법, 제도, 관행으로 인해 중소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불합리하고 구조적 경영 애로점을 뜻한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전환을 위해 손톱 밑 가시 제거를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각종 간담회를 열어 중소기업인들의 애로를 청취했다. 이후 지난해 3월엔 12개 지역별로 ‘손톱 밑 가시 힐링센터’를 설치했고, 8월엔 새누리당이 나서 ‘손톱 밑 가시 뽑기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국무조정실,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공동으로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을 발족해 매월 손톱 밑 가시 과제를 제출하고 있다.

3일 중기중앙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이 건의한 손톱 밑 가시 과제는 총 1033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손톱 밑 가시에 대한 홍보와 관심이 높았던 1분기에 건의가 집중됐다. 이 기간에만 지난해 전체 건의의 54.6%에 달하는 698건이 나왔다.

주제별로는 판로, 자금조달, 상생, 인력 등의 분야가 주로 건의됐다. 특히 판로 부분은 전체의 19.1%의 비중을 차지하며 중소기업인들의 최대 손톱 밑 가시로 꼽히기도 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소외받았던 중소기업계의 애로를 직접 들여다보고, 손톱 밑 가시라는 현안을 사회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인들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의 수용 건수는 20% 불과… 왜?= “재활용이 어려운 물질에 폐기물 부담을 부과하고 있는데,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용이합니다. 또 과거엔 원재료 생산 대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했는데 현재는 제품 생산 중소기업에 부과하고 있어 경영부담이 과중합니다.”

지난해 1월 한 중소기업인이 건의한 손톱 밑 가시 사례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관계부처인 환경부에선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으며 추가 설명이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실제 지난 1년간 건의된 손톱 밑 가시 과제 중 정부가 수용한 건수는 143건으로 전체의 13.8%에 불과하다. 일부 수용한 과제 69건을 합해도 총 20.5%밖에 되지 않는다. 10건을 건의하면 8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셈이다. 수용곤란(26.8%), 미답변과제(26.1%) 등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박근혜 정부가 ‘손톱 밑 가시 뽑기’란 화두를 제시한 것엔 긍정적 평가를 하는 반면, 해결까지 이르는 과정은 다소 아쉬웠다는 지적이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도 김포에서 합금철업체를 운영 중인 A 중소기업 대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기대를 갖고 많은 건의를 했지만 수용되는 것이 몇 건 없었다”면서 “우리 입장에선 큰 사안인데 공무원들은 이 문제를 사소하고 개인적인 욕심으로 치부하는 것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도 “대기업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는 건의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실제 지난해 7월 이후부터 중소기업인들의 손톱 밑 가시 건의 건수도 크게 줄었다. 1월 299건이던 손톱 밑 가시 건의 건수는 7월 13건, 9월 7건, 10월 61건, 12월 27건 등으로 급감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건의가 수용되는 비율이 낮으니 기대치가 내려간 것 아니겠느냐”며 “정부의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대가 높았던 탓인지 박근혜 정부의 전반적인 중소기업 정책 평가도 아쉬웠다. 중기중앙회가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중소기업 정책 의견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반적 국정운영(70점)과 비교 시 중소기업 정책 평가는 다소 낮은 64점을 받았다. 또 동반성장, 자금세제 지원 등 중소기업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도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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