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의 희망 ‘해양플랜트’] 조선 '빅3' 해양 신화 다시 쓴다

입력 2014-03-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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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사 세계시장 36% 점유 1위… 유럽업체 강세 ‘심해저’ 분야도 도전

▲삼성중공업이 나이지리아에서 수주한 에지나 FPSO선(원유생산저장선) 모습. 사진제공 삼성중공업

“이제 일반 상선만 가지고 조선업체가 살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조선업계에서 이 같은 전망이 나온 것은 1990년대부터다. 이후 국내 조선업체는 바다 위에서 석유나 가스와 같은 자원을 발굴하고 옮기는 해양플랜트에 눈을 돌렸다.

당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는 직접 해양플랜트 부문을 개척하라고 지시했다. 대우조선공업(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도 해양플랜트 부문 연구개발에 나서며 현재와 미래를 준비했다. 현대중공업 사장을 지낸 안충승 전 카이스트 석좌교수, 대우그룹 총괄회장을 역임한 윤영석 해암경영컨설팅 대표 등이 해양플랜트 1세대로 통하며 시장과 기술을 개척한 인물이다. 그로부터 20여년 뒤, 국내 ‘빅3’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부문의 강자로 부상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수주금액 기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는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2010년 96억 달러를 수주해 시장점유율 23.3%를 차지했다. 이후 2011년 235억 달러(36.1%), 2012년 219억 달러(29.9%), 2013년은 11월까지 186억 달러(35.9%)를 수주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해양플랜트 분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더 중요해졌다. 해운업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자 신조 선가는 좀체 회복되지 못했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후퇴한 것도 금융위기 이후의 저가 수주가 본격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탓이다.

조선업체들은 이러한 위기를 해양플랜트 부문으로 돌파할 계획이다. 샘이 마르기보다는 솟구치고 있는 고부가가치 영역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더글러스 웨스트우드에 따르면 해양플랜트 부문의 시장 규모는 2015년 2303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503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부가가치 영역인 해양플랜트가 해양 자원의 개발 확대로 이제는 시장 규모까지 갖추게 되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은 이미 준비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설비인 ‘프리루드 FLNG’를 진수한 데 이어 현대중공업은 올해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인 ‘LNG-FSRU’의 건조에 성공했다.

국내 조선사가 ‘사상 처음’, ‘세계 최초’라는 건조사를 써나가면서 대한민국 조선 신화를 이어갈 채비가 돼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국내 조선업계에 개척해야 할 분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심 500m 이상의 심해저(서브시, Subsea) 분야는 해양플랜트 시장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브시 플랜트는 심해저에서 원유, 가스의 채굴·분리·이송·저장을 담당하는 해양설비를 뜻한다. 특히 육상의 에너지 생산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어 심해저의 개발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조선사도 서브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서브시 분야는 유럽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하면 국내 조선사는 아직 걸음마 수준. 이들은 해외업체의 인수합병(M&A)이나 자체 기술력 강화를 통해 서브시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사의 해양플랜트 기술력과 서브시 분야가 결합하면 국내 업체가 조선·해양산업에서 부동의 선두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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