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회장 친정체제 구축 ... 하나 · 외환은행 통합 속도 낼듯

입력 2014-03-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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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외환은행장에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 내정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내정자.

‘김정태 호(號)’ 2기가 출범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자리를 지켰고 당초 연임이 확실시되던 윤용로 행장은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에게 외환은행 수장자리를 내어줬다. 업계 관계자들은 ‘투 뱅크(two bank)’ 체제를 견지하던 윤 행장이 퇴임함에 따라 김정태 회장을 중심으로 하나·외환은행 통합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 임원 25% 감축… 조직슬림화 = 하나금융은 지난달 28일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를 열고 하나·외환은행장 후보로 김 행장과 김 사장을 각각 추천했다. 은행장 선임에는 현 행장을 포함한 3명이 면접 대상으로 추려졌으며 각각 2명씩만 면접에 참여했다.

김 행장은 수시로 영업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소통을 나누면서 조직을 무난하게 이끈 점이, 김 사장은 외환은행에서 처음 일을 시작해 주요 보직을 거친 순수 혈통이란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하나금융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사외이사 8명 가운데 4명을 교체했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정창영 전 코레일 사장, 김인배 이화여대 교수, 윤종남 법률사무소 청평 대표변호사, 송기진 전 광주은행장이다. 허노중, 이상빈 사외이사는 임기가 만료됐고 황덕남 사외이사는 연임을 고사했다. 박봉수 사외이사는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옮길 예정이다.

이번 인사는 이번달 하나금융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선임된다.

아울러 하나금융은 지주사 임원 25%를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조직 슬림화도 단행했다. 지주사의 사장 직제를 폐지하고 김 회장이 지주사를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지주사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인사관리최고책임자(CHRO)와 대외홍보최고책임자(CPRO) 업무도 통합했다. 이로써 회장과 관계사 최고경영자(CEO) 겸직을 제외하고 12명이던 지주사 임원은 9명으로 줄었다.

자산관리(AM) 부문과 투자은행(IB) 부문으로 구분된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현IB 부문 사장인 장승철 사장이 통합 최고경영자(CEO)를 맡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장기 저성장, 저수익의 금융시장 국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내실을 다지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윤 행장 통합방식 시각차 결국 퇴진 = 그 동안 연임될 것으로 알려졌던 윤용로 행장의 퇴진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 초 김정태 회장은 “모두 자리를 지키는 것이 옳다”고 말해 두 행장의 연임은 기정사실로 알려져 왔다.

금융권은 윤 행장이 물러난 것은 하나·외환은행 통합 구상을 놓고 김 회장과 시각차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1년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5년간 ‘투 뱅크’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행장 역시 시간을 갖고 계획했던 대로 통합 작업을 진행하자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외환은행에서 카드 부문을 분리시켜 하나SK카드와 합병을 추진하는 등 양 은행 통합작업을 위한 사전정리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과 윤 행장 간의 틈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행장이 면접에 불참한 것은 김 회장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나기 위한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하나금융은 내부 출신인 김한조 사장 내정을 통해 통합 과정에서 새어나올 수 있는 잡음을 줄이려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외환은행 노동조합 측은 5년간 '투 뱅크' 체제를 유지하는 '2·17 합의'를 이행하는지 확인하면서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김보헌 외환노조 전문위원은 "지주사에서 지속적으로 통합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김 사장이 어떤 태도를 갖고 합의서를 이행하는지 우선 지켜볼 것"이라며 "이행 여부에 따라 노조와 직원들은 투쟁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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