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 휩싸여 있는 동아제약 그룹의 후계구도가 또다시 시장의 집중 조명을 받을 전망이다. 강신호(79) 동아제약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차남 강문석(45) 부회장, 4남 강정석(41) 전무를 비롯한 강 회장 아들들이 일제히 주식매집의 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이 고령이라는 점과 최근에는 최측근이던 유충식(70) 부회장의 2선 후퇴로 가능성이 엿보이던 후계자들간 경쟁이 본격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 부회장 수석무역 대표 복귀 후 지분 확대 나서
2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최대주주인 강 회장(5.20%) 및 특수관계인 20인의 보유주식이 19.96%(196만9695주, 자사주 6.13% 포함)로 변동됐다고 신고했다.
이달 11일부터 17일까지 강 회장의 아들들과 친인척들이 장내에서 2689주를 사들인 데 따른 것이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0.03%에 불과한 극히 소량이다.
그러나 그동안 강 회장 아들들의 입지 변화와 지분 확대 행보, 동아제약의 경영구조 변화 등을 살펴볼 때 이번 주식 매입이 단순함을 넘어 동아제약의 후계구도와 결부지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 부회장은 지난 2003년초 강 회장이 대표이사 사장을 맡기면서 강 회장을 이을 후계자로 단연 첫손에 꼽혔다. 그러나 강 회장과의 갈등설이 흘러나오며 2004년말에는 강 회장인 전격적인 인사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강 부회장은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떠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와중에 강정석 전무가 급부상했다. 강 부회장 퇴진 직후 동아제약의 실세 부문인 영업본부장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는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후계자의 입지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강 부회장이 지난해 8월 동아제약그룹의 계열사인 수석무역의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후계구도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속이 돼버렸던 것이다. 특히 올 3월에는 ‘박카스신화’를 창조한 일등공신이자 강 회장의 최측근인 유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강 회장과 연구소장 출신인 김원배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되면서 후계자들간 경쟁도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강 회장 2세 경영권 승계 신호탄인가
이 같은 상황에서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당시 동아제약 주식 2.83%(26만9555주)를 보유하고 있던 강 부회장은 동아제약 계열의 석수무역 대표이사로 복귀한 직후 지난해 12월 5000주를 장내에서 추가 매입했다. 이어 이달 11일, 13일 1724주를 사들여 보유주식을 2.91%(28만7310주, 주식배당 포함)로 확대한 것이다.
강 전무 역시 이사 선임 이후 꾸준히 보유주식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5월 640주, 11월 3140주, 12월 200주에 이어 지난 17일, 18일 올들어 처음으로 장내매수로 358주를 사들여 주식배당분을 합해 0.47%(4만66872주)로 늘렸다.
또 강 회장의 장남으로서 올 2월 1만2777주를 장내처분했던 강의석(52)씨도 지난 13일 370주를 사들여 0.37%(3만6327주)로 늘렸다. 강의석씨는 동아제약 경영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 3남으로 광고대행사 선연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강우석(43)씨도 올들어 처음 지난 17일 96주를 매입해 0.13%(1만2572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강 회장(5.20%)에 이은 2세들의 지분구도는 강 부회장(2.91%), 강 전무(0.47%), 강의석씨(0.37%), 강 사장(0.13%) 의 순으로 형성하게 됐다.
동아제약을 비롯해 동아오츠카, 용마LOGIS, 수석, 한국신동공업, 동아시테크, 진아유리, D.A.C, 소주동아음료, 수석무역, 동아팜텍 등 10개 계열사를 거느린 동아제약 그룹의 후계구도가 향후 강 회장 2세들의 지분 경쟁으로 안개가 걷힐지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