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만필]의사에 볼모 잡힌 국민건강권

입력 2014-03-0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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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의료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한의사협회는 회원 총투표를 거쳐 집단 휴업을 결정하고, 구체적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오는 10일 전일 파업을 한 뒤 11~23일은 준법진료를 하고, 24~29일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른 전략·전술적 변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는 형국이어서 집단 휴진 사태는 피할 방도가 없어 보인다.

의협은 ‘대정부 투쟁’, ‘의료파업’의 명분으로 ‘의료민영화 저지’,‘의료정상화’를 내걸었다. 영리병원 허용과 원격의료 도입 등 정부의 잘못된 보건의료 정책을 집단 휴업을 해서라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의료 정상화의 길이기 때문이란다. 국민을 그토록 위한다는 의사들이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을 볼모로 삼고 집단 휴진에 나선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의협의 파업 선언을 바라보는 여론의 공기는 매우 싸늘하다. 의사 파업은 여느 직능단체나 일반 노동자의 파업과 그 성격이나 파급력이 현저히 다르다. 아프고, 심한 경우 생명과 관련 있는 국민이 직접적인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비교나 대체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의사도 민주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기본권 보장을 위해 파업할 권리가 있다. 이를 들어 파업을 부추기는 여론도 있다. 더구나 이번에는 나름 명분마저 가졌으니 지난 2000년 의약분업으로 촉발된 파업과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반대의 목소리가 분명할 만큼 환영받지 못한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작금의 상황은 영리병원을 통해 병원의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꼼수에 의사들이 집단 휴업이란 몽니로 맞서면서 비롯된 결과다. 정부의 꼼수와 의사의 몽니 사이에 당연히 밥그릇 문제가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제아무리 국민을 앞세우고, 의료 정상화를 내걸어도, 그 이면에 건강보험수가를 올려보겠다는 의협의 속내를 모를 국민은 많지 않다. 영리병원을 도입해도, 건강보험수가를 인상해도, 모든 부담은 국민에게 귀결된다. 한차례 의료대란을 거친 후 국민은 한층 성숙해졌다.

사회가 의사집단에 부여한 사회적 책무 내지는 권위를 고려하면, 의사가 환자를 볼모로 삼아 집단의 이해를 추구하려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환영받기 힘들다. 이는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써 의술을 베풀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와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갈등의 책임을 의사에게만 돌릴 수도 없다. 의료대란 후 주동자 몇 명 사법처리해서 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최종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정부는 집단 휴업 시 강경 대처하겠다고 으름장만 놓을 것이 아니라 의사들을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설득력을 보여야 한다. 의협도 손을 맞잡아야 한다. 괜한 자존심으로 국민건강권이 위협받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이제 소통의 묘를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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