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간) 폐막한 MWC 2014에서 레노버,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은 눈부신 성장을 보여줬다. 점유율에서도 이들 두 기업은 각각 3위(합병한 모토로라 점유율 반영)와 4위에 올랐다. 이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위기론까지 나온다. 하지만 스마트폰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물론, 점유율에서 중국업체에 밀린 LG전자도 아직은 한 수 위라는 분석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대한 고평가는 다소 거품이 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업체 판매량 대부분은 중국 내수 시장에 기반을 둔데다 해외 시장 공략이 부진하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판매 제품도 대부분 중저가 라인업인 탓에 중고가 라인업 기반의 선두업체에 비해 돈벌이도 신통찮다.
이는 각 기업의 매출을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스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매출 703억5800만 달러, 애플은 604억7000만 달러로 각각 1, 2위에 올랐다. 반면 화웨이는 17억9400만 달러로 9위, 레노버는 11만3100만 달러로 10위에 그쳤다. 심지어 LG전자는 출하량에서 화웨이 레노버에 뒤졌지만, 매출은 78억7600만 달러로 이들 기업보다 6~7배 높았다.
레노버의 스마트폰 사업은 중국 매출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내수 의존도가 높다. 화웨이는 글로벌 기업으로 잘 알려졌지만, 이는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네트워크 장비 부문에 한정된다. 모바일 기기로 눈을 돌리면 레노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국 업체들은 거대한 자국 시장을 등에 업고 판매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흥 강자로 떠올랐지만, 중국 외 지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또 중국 시장은 중저가 제품 수요가 높다 보니 정작 매출 및 이익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ASP(평균 판매가격)를 봐도, 중국 업체들은 100달러대에 불과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00~400달러 선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 업체가 스마트폰 10대 파는 것보다 국내 업체가 5대 파는 게 더 남는 장사란 얘기다.
문제는 올 들어 국내 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의 포화로 보급형 시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과 동일하게 저수익 구조를 불러올 수 있다. 삼성전자의 ASP는 작년 2분기 407달러에서 3분기 374달러, 4분기 357달러로 점점 하락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질적 성장은 현지 제조사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며 “몇 년 후에 순위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