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안철수의 모험, 안철수의 선택

입력 2014-03-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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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전격적으로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신당의 출현이 6·4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새누리당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지나치게 경계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의 협상과정이 쉬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곳곳에서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잡음이 커질 소지는 충분한데,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바로 후보의 공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안철수 의원 측은 예전부터 공을 들여온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을 경지지사 선거에 출마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민주당의 경우 이미 김진표 의원과 원혜영 의원이 출마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어, 이론적으로는 민주당 의원들과 경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 측의 조직과 세력은 민주당에 비해 너무나 미미하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경선을 할 경우 김상곤 교육감이 후보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고 추대를 주장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안철수 의원은 이미 공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추대를 주장하고 싶지만, 그럴 경우 공천과정의 투명성과 공천 개혁을 주장한 부분이 퇴색할 수밖에 없고, 또 과거 윤여준 전 장관에게 “끝까지 가겠다”고 약속한 부분을 뒤집은 점과 함께 또다시 말 바꾸기 논란에 빠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김상곤 교육감의 인지도가 정치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져, 여론조사로 경선을 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데 고민은 깊어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다른 지역 공천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잡음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곳은 또 있다. 바로 신당을 어떤 방식으로 창당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지금 안철수 의원 측은 민주당을 해산하고 제3지대에 모여 신당을 창당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런 주장을 민주당이 받아들이기는 상당히 어렵다. 바로 돈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만일 해산할 경우 지난 총선에서 득표한 비율로 받는 국고 보조금이 끊길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해산할 경우 포기해야 할 금액은 127억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야당으로서 이 돈은 포기하기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궁금한 점은 안철수 의원 측이 과연 이런 사실을 모르고 민주당 해산을 주장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안철수 의원 측이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안철수 의원 측은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추측컨대 안철수 의원 측은 민주당의 자금이 자꾸 불어나는 것을 반기지 않을 수 있다. 정당이란 결국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데, 안철수 의원 측은 이것들이 없어 자칫 민주당에 ‘먹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의 야당 통합 과정에서 이런 일은 자주 발생했다. 합당 초기에는 5:5의 지분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실제 창당하고 나면 돈과 조직이 달리는 측이 그렇지 않은 측에 먹힌 적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안철수 의원 측은 이런 점을 생각하며, 민주당에 돈이 몰리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창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조율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쨌든 이런 잡음이 발생하는 건 새 정치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더구나 새 정치의 실체가 모호한 상태에서 이런 잡음이 자꾸 발생하면 안철수 의원은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잡음이라는 것은 정치 공학적 사고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입으로는 새 정치를 떠들지만 결국 정치의 수단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안철수 의원은 새 정치를 구체적으로 밝히든지 아니면 자신이 민주당에 흡수되더라도 잡음을 줄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정치와 인생은 선택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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