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오면서 국민 불신과 불안감만 높이고 있다. 특히 주택임대차 시장은 임대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뿐 아니라 세입자들도 정책 후폭풍에 불안감만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뿐만 아니라 각종 경제정책도 수정, 수정 또 수정으로 이어지는 부실 정책을 양산하면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교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9일 경제전문가와 재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부실 주택임대차 정책’이나 ‘설익은 경제개혁 3개년 계획’, ‘정보유출 텔레마케터(TM) 영업 제한 철회’ 등 땜질 투성이 졸속 정책을 잇달아 발표해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시장의 혼란과 불신이 높아지자 관련 부처들은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한 볼썽 사나운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지난 5일 발표한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에서 임대소득에 세금을 물리기로 했던 기존 대책을 일주일 만에 뒤집어 오히려 정부가 전·월세 대란을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치욕스런 오명까지 듣고 있다. 이에 정홍원 국무총리는 “중요 정책을 번복하는 것은 국민 불신을 초래한다”며 정책조율을 하지 못한 현 부총리를 겨냥한 듯한 질타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기재부가 은근슬쩍 담당 정책 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자 국토부가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부처간 실무협의 과정에서 공통의 결론을 도출해 내기가 쉽지가 않았다”며 “세율 변화가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회의적인 내용까지 기재부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재부도 지난 5일 주택임대차시장 활성화 방안 보완대책과 관련해 몇 만가구가 혜택을 보는지, 또 얼마만큼 재정이 소요되는지에 대한 통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국토부와) 국세청의 과세통계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추정은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통계자료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부처간 협업 부족을 자인했다.
경제개혁 3개년 계획 혼선 때도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모든 정책의 최종 결정권은 청와대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담화문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토대로 만든 것”이라고 변명했다. 심지어 이번 대책이 재탕삼탕 백화점식 졸속대책이라는 지적에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타 부처) 공무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며 질책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기재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사인하지 않은 정책을 기재부 기자들에게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을 발표해 혼란을 일으킨 당사자라고 질책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대조적인 모습이다.
청와대와 기재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혼선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는 다 빼면서 시작됐다. 3개년 계획은 당장 눈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에 신경을 더 쓰는 바람에 시장에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외면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지자체 파산제 도입’, 종교인 과세, 코스닥 시장과 거래소 분리안, 정규직 과도한 특혜 축소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는 다 빠진 것이다.
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합리화 방안 등 부처간 정책조정에 실패한 정책을 성급히 발표한 것도 한 요인이 됐다. 현 부총리는 “3년 내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금융위원회는 LTV·DTI 규제 완화를 검토·확정한 바 없다고 정면으로 부정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금융소비자 보호와 가계부채라는 큰 틀에서 유지돼야”한다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온실가스 감축 문제나 자동차 연비 기준 문제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부나 국토부와 정책 조율이 안 된 모습을 보였다.
산업부는 최근 국산차를 역차별하는 저탄소 협력금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해 환경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환경부는 이미 산업부와 기재부간 4~5년간 논의가 된 것으로 큰 도입 방향에서의 변화없다고 반박했다. 또 자동차 연비기준에서 국토부는 현대 산타페, 쌍용 코란도 등에 사후 연비검증서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산업부는 반대로 2개 차종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렸다.
금융위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보험·카드사 텔레마케터(TM) 영업 전면제한 조치를 내렸다가 종사자 반발이 거세자 11일만에 철회하는 모습이나 기재부가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방지대책을 발표한 날에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는 등의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콘트롤 타워 부재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경제팀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경제계 등에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