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과의 2차 미국 특허소송에서 필수표준특허(SEP) 3건을 제외하기로 했다.
9일(현지시간) 독일 지적재산권 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법원과 애플의 침해를 주장한 3건의 특허를 제외하는 것에 합의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표준특허 3건과 상용특허 2건 등 5건의 특허를 애플이 침해했다고 소송을 냈다. 삼성전자는 표준특허를 소송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이번 소송에서 상용특허 2건만으로 애플에 맞서게 됐다.
삼성전자는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이번 결정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나 표준특허로 판매금지 판결을 얻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볼 때 표준특허로 소송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움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 무역위원회(ITC)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면서 ‘아이폰4’ ‘아이패드2’ 등에 대해 수입금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기구인 무역대표부(USTR)는 ITC 최종판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 행정부가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1987년 이후 처음이었다.
삼성전자가 3건의 특허에 대한 소송을 포기하면서 2라운드로 접어든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삼성전자는 표준특허 2건, 애플은 5건의 특허로 맞서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또 유럽연합(EU)에는 앞으로 5년 동안 경쟁사의 모바일 제품을 상대로 표준특허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안도 제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특허소송 전략도 대폭 수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특허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삼성전자는 앞서 소송에서 표준특허를 통해 이미 우위를 점했다”면서 “앞으로의 소송에서는 비표준특허에 초점을 맞춰 방어에 집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은 새너제이 법원에서 2건의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 새너제이 법원은 1차 소송 결과 삼성전자에 9억3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확정했다. 2차 소송은 오는 4월 중순 배심원 평결이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