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중고신인 임창용의 ‘뱀직구’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3-1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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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차장)

나이를 잊은 것일까. 불혹을 바라보는 임창용(시카고 컵스)의 도전에는 종착역이 없어 보인다. 올해 그의 나이는 서른하고도 아홉이다.

임창용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지난해 말 사실상 끝을 맺는 듯했다. 시즌 막바지 메이저리그에 합류했지만 6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40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남긴 채 방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창용의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올해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일단 출발은 좋다. 지난 7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피칭 내용도 깔끔했다. 첫 타자 카를로스 산타나(28)를 2루수 뜬공에 이어 마이클 브랜틀리(27)와 아스드루발 카브렐(29)을 각각 범타로 처리한 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볼 구속은 94~95마일(153㎞). 지난 2009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절의 100마일(16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서른아홉 노장선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나이를 잊은 노장선수들의 투혼에는 남다른 노력이 뒷받침한다. 나이에 대한 편견과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철저한 자기관리ㆍ개발에 힘을 쏟은 결과다.

임창용은 1995년 해태 타이거즈 입단 후 삼성을 거쳐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맹활약하며 선발과 마무리를 통틀어 최고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 야구로써 이룰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이룬 상태다.

(사진=AP뉴시스)

그럼에도 임창용은 신인으로 다시 돌아갔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입성을 꿈꾸는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며 빅리거 바늘구멍을 다투고 있다. 체력적ㆍ정신적ㆍ환경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특히 시카고 컵스는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재도약을 시도하는 팀이다. 비슷한 성적이나 컨디션이라면 젊은 선수에게 눈을 돌린다. 메이저리그 개막 25인 엔트리에 들어야 하는 임창용으로서는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신인 투수는 첫 등판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당일 경기 결과에 따라서는 다음 기회를 영원히 잡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른아홉 프로 20년차 중고신인 임창용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임창용에게는 신인들이 갖지 못한 무기가 있다. 20년 묶은 ‘뱀직구’다.

그의 ‘뱀직구’는 철저한 자기관리ㆍ개발을 통해 얻은 산물이다. 위기와 기회는 공존한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고, 기회 속에 위기가 있다. 인생도 그렇다. 절체절명의 위기라 해도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곧 찾아올 기회를 위해 자기관리ㆍ개발을 꾸준히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

100마일에 육박하는 ‘뱀직구’는 20년간 흔들림 없던 임창용의 야구인생을 대변한다. 메이저리거들은 아직도 ‘뱀직구’ 앞에서 제 스윙을 하지 못한다.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결과에 상관없이 20년을 준비한 임창용의 ‘뱀직구’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철저한 자기관리ㆍ개발을 통해 완성한 20년 묶은 ‘뱀직구’가 있었기에 프로 20년차 중고신인 임창용도 세월 앞에 당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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