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 KRX지분 왜 안파나?

결제업무 이관 둘러싸고 거래소와 기싸움 시각

증권예탁결제원이 현재 보유중인 증권선물거래소(KRX) 지분에 대해 1년 3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구체적인 매각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과 코스콤은 보유 지분을 증권선물거래소에 넘기기로 방침을 정해 지분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제3자 매각만을 고집하고 있는 예탁결제원의 행보가 결제업무 이관 등을 두고 증권선물거래소와의 '기싸움'으로 비쳐지고 있다.

지난해 1월 통합거래소 출범이후 상법상 '자회사의 모회사 지분 보유 금지'조항에 따라 코스콤과 증권예탁결제원은 6개월이내에 증권선물거래소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코스콤은 매각 대상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다 올 3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 조만간 위법상태를 벗어날 전망이다.

처분기한은 없으나 증권선물거래소의 5% 이상 지분을 소유한 회원사인 우리투자증권 역시 초과분을 증권선물거래소에 매각할 계획이다.

27일 우리투자증권은 "지분매각을 위해 거래소측과 최종협의중이며 5월초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6.64% 지분중 32만7854주를 거래소에 매각, 보유지분이 4.6%(91만9502주)로 낮아진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업공개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위법상태를 유지할 경우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속적으로 거래소와 협의끝에 매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거래소의 공모가격이 정해지지 않아 협의를 통해 기준가격 6만6000원에 매각지분의 70%를 넘기고 나머지 30%는 유보했다가 거래소 IPO시 결정될 공모가격으로 산정키로 했다. 다만 계약시점에서 소유권은 100% 거래소로 이전된다.

코스콤 관계자는 이날 "우리투자증권과 매각 주식수만 다를 뿐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며 "다만 신규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어 계약이 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콤은 한 달여의 협상기간을 거쳐 현재 증권선물거래소 지분 0.91%(18만2034주)를 전량 매각할 예정이다.

반면 증권예탁결제원은 아직까지 단독으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며 거래소와 협의도 없는 상황이다.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2번 입찰이 모두 유찰된데 이어 이번달 17일에 또다시 지분매각공고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매수 의향을 묻는 전화가 몇 통 왔을 뿐 직접적인 컨택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래소와 협의 채널 여부에 대해서는 "거래소가 아닌 다른 회사에 팔아야 하며, 거래소와 협의할 사항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매각공고시한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정해놓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증권예탁결제원의 이같은 행보가 법적인 문제해결에 앞서 거래소와 껄끄러운 관계 때문 아니냐는 견해가 크다.

코스콤과 우리투자증권이 거래소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예탁결제원도 버티기 끝에 지분을 매각할 것이나 결제업무 이관 등을 두고 벌이는 기싸움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별 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으나 갑갑한 사람이 우물을 팔 것"이라며 "거래소 IPO 일정에 맞춰 보유한 지분이 매각되지 않을 경우 현재 지분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져 예탁결제원이 엄청난 손실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법상 기업공개시 자회사가 보유한 모회사 주식은 의결권, 신주인수권, 무상증자 배당권 등의 권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연내 상장에 앞서 100% 무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며, 그 시점까지 예탁결제원의 보유지분이 매각이 되지 않는다면 보유지분에 대한 무상증자를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지분가치가 50%로 낮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