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은 지난 10일 카드사업 총괄 사장(부행장급)으로 신응환 전 삼성카드 부사장을 선임했다. 신 사장은 삼성카드에서 상무, 전무, 부사장을 역임한 카드사업 전문 경영인이다.
또 지난 1일에는 새로 출범한 정보보안본부를 총괄하는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로 남승우 전 신한카드 IT본부장(부행장급)을 임명했다. 남 부행장은 한국HP, 한국MS, 신한금융지주, 신한카드 등에서 IT와 금융업무를 두루 경험한 정보보안 분야 전문가다.
보수적 문화로 유명한 농협은행은 그동안 부행장급에 내부 출신만을 등용해 왔으나 이번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실제로 농협은행 부행장 11명 중 이달 선임된 두 부행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농협중앙회 등에서 잔뼈가 굵은 내부 출신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부행장급을 외부에서 스카우트한 것은 농협은행에서 처음 있는 일이며 은행권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라며 “김 행장이 최근 문제가 불거진 전산과 카드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행장의 이번 인사 실험은 ‘사고은행’이라는 불명예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수년째 전산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단골로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 1월에는 국민카드, 롯데카드와 함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영업정지까지 당했다.
특히 김 행장은 지난 1월 2일 취임과 동시에 올해 목표로 한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 KT ENS 직원의 3000억원대 사기대출 사건 등으로 발목이 잡혔다. 김 행장은 마음이 급하지만 이 같은 사고가 잇따른다면 농협은행의 미래도 어둡다고 보고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김 행장이 최근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다양한 행사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지난 3일에는 임직원 150여명과 함께 고객들에게 화분과 꽃씨를 나눠 주며 신뢰 회복을 약속하는 가두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또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2016년까지 7600억원을 투자해 전산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김 행장의 이 같은 노력이 앞으로 얼마나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하고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