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용산점은 지난 8일 영업을 하지 않았다. 영등포점, 가든파이브점과 함께 둘째ㆍ넷째 일요일에 쉬지 않는 서울시내 3개 이마트 중 하나였지만 지난 4일 ‘서울시 유통업 상생협력 및 소상공인 지원과 유통분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일요일 의무휴업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대형마트 규제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안에 위치한 이마트 용산점은 ‘쇼핑센터’로 등록돼,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제12조의2가 규정한 대형마트 의무 휴무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 대신 2012년 12월부터 매월 둘째·넷째 수요일에 자율휴무를 해왔다.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안의 이마트 영등포점, 송파구 가든파이브 안의 이마트 가든파이브점, 홈플러스 목동점, 한진종합상가에 입점한 롯데마트 행당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 대형마트는 지난해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과 이번에 통과한 서울시 조례를 통해 일요 휴무를 강제받게 됐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목동점은 지난달부터, 이마트 영등포점은 다음달부터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
대형마트 판매 품목 제한 입법도 논의 중이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동료의원 19명의 서명을 받아, 지자체가 대형마트에 상생품목 판매 제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이 개정안에는 해당 품목에 대한 판매영업시간 제한, 매장 내 판매면적 제한, 판매총량 제한부터 일정 기간 판매금지까지 다양한 방법이 담겼다.
앞서 지난해 3월 서울시는 야채 17종, 신선ㆍ조리식품 9종, 수산물 7종, 정육 5종, 건어물 8종, 담배 등 기호식품 4종, 쓰레기 종량제봉투 등 51종을 대형마트 판매제한 권고 품목으로 선정했으나 농어민ㆍ중소기업ㆍ영세임대상인의 반발에 부딪혀 한 달 만에 판매품목 제한 정책을 철회하기도 했다.
규제와 함께 제재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4일 김제남 정의당 의원 등 10인은 대형마트가 영업정지 명령을 위반한 경우 현행 영업정지에서 등록 취소까지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법 외의 규제 역시 마트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롯데그룹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1시간 단축과 일부 품목 판매 중단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는 새로 출점하는 점포에는 화원ㆍ열쇠ㆍ도장 매장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고, 공책ㆍ크레파스ㆍ실로폰 등 10개 품목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유통법에 따라 자정까지 운영하고 있는 롯데마트 영업시간을 오후 11시로 줄인다는 영업시간 단축안은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합의할 경우 시행될 예정이다.
마트업계는 이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체인스토어협회가 국회에 정책 건의서를 발송하는 등 마트 규제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는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컨슈머워치 등 소비자 주권운동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아직 ‘표’의 논리가 더 지배적인 것 같다”며 “마트 입장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며 답답해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장 규제가 새로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형유통업체 때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업계가 모여 유통법 관련 위헌법률심판 제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