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 죽음과 스타되기 광풍 [이꽃들의 36.5℃]

입력 2014-03-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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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식, 정아율, 김수진, 여재구, 박혜상… 이들은 누구일까. 사람들은 이들을 잘 알지 못한다. 죽어서야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역 혹은 무명 연기자들이다. KBS사극 ‘대조영’ 등에 출연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 우봉식은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배우의 꿈을 놓지 않고 연기의 끈을 잡고 있던 그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오늘도 연예기획사 오디션장은 연예인 지망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SBS ‘K팝스타’, 엠넷 ‘슈퍼스타K’등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금세 스타를 만들기라도 하려는 듯 연예인 지망생을 불러모으고 연예인에 대한 꿈과 환상을 불어넣고 있다. 그야말로 연예인 지망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수많은 무명과 단역, 재연배우 그리고 신인 연기자들이 생계 곤란을 겪고 삶의 경각에 내몰렸지만, TV 속 스타 만들기 풍경은 화려하기만 하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1순위에 ‘사’자가 사라진지 오래다. 부와 명예를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연예인이 으뜸이다. 실상과 괴리된 연예인의 화려한 쇼윈도의 삶이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가운데, 겉면에 현혹돼 연예인 지망생이 급증하고 있다. 결혼, 나이, 외모에 따른 출연 제약에 시달려야 하고, 보여지는 이미지에 따른 대중의 편견과 실제의 간극에 부단히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시청자가 연예인을 소비하는 일회적이고 자극적인 태도도 큰 고통을 안긴다.

이를 감내한다 해도, 수요와 공급의 극대화된 불균형을 뚫고 스타의 반열에 서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기획사, 방송사, 매스 미디어가 부추기는 연예인 지망생 광풍 속에서 화려함만을 좇아 허황된 꿈을 꾸는 이들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한 여자, 배우, 인간으로서 치욕을 견디지 못 한 채 죽음을 택한 신인 연기자 장자연이 떠오른다. 목숨과 맞바꿀 정도로 지키고 싶었던 꿈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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