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과열되면서 후보 사이의 공약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기 위주의 지역개발 공약이 재탕·삼탕 이어지고 이미 사업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난 사업도 다시 선거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일부에선 지난 지방선거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던 ‘무상’ 공약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던 용산개발 프로젝트의 부활을 선언했다. 세계 금융위기와 부동산 침체, 주민들의 격한 반대에 부딪혀 지난해 좌초된 이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은 최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유휴부지 개발을 불허하는 이유가 인근 땅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라는 얘기인데 공공성이 큰 사업부터 허가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쟁자인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이 “토건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맞불을 놓은 격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 의원과 당내 경선에서 맞붙게 될 이혜훈 당 최고위원은 뉴타운사업 수정안을 내놨다. 주민의 75%가 동의하면 구역별로 뉴타운사업 추진과 해제를 결정하도록 해 낙후된 지역은 적극 개발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이 조합원 자격으로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공공조합원 제도’를 도입하고 현재 13단계의 재정비사업 과정을 대폭 줄여 사업 기간을 6개월 이상 단축하겠다는 생각이다.
경기도에선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무상버스’ 공약을 들고 나오면서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 버스완전공영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것이지만, 4년간 4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는 4년 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도 ‘전면 무상급식’을 내세운 바 있다.
영남지역에선 부산시장 후보와 대구시장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내걸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사업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무산됐지만, 선거를 앞두고 서로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에 공항을 유치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병수·박민식 의원과 권철현 전 주일대사, 민주당 김영춘 의원은 가덕도에 신공항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서 의원은 지난달 출마 선언 당시 “신공항 부산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까지 했다.
반면 대구시장 선거에 뛰고 있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 주성영 전 의원 등은 “밀양이 신공항 입지로 더 적합하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이런 포퓰리즘 공약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정 수반 공약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내세우는 공약 상당수가 지방재정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데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신중한 검토와 타당성 분석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