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가격 왜 이렇게 비싸지?… 기획사 상술에 멍드는 팬心

입력 2014-03-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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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 포토 카드 등 소장욕구 부추기며 정규앨범 1만~3만원대 ‘천차만별’

“음반 가격이 언제 이렇게 올랐죠? 미니 앨범인데 1만원이 넘네요.”

과거 음반 가격은 1만5000원 안팎으로 책정됐다. 10곡 이상이 꽉 들어찬 정규 앨범의 가격으로 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음반 시장이 음원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음반은 음악 감상이란 본연의 목적을 잃었다. 정규 앨범 대신 미니 앨범, 싱글 앨범 등이 등장하면서 음반 가격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기획사는 적정가 이상을 지불하더라도 음반을 구입하는 팬들의 심리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요즘 판매되는 음반에는 다양한 옵션이 붙어 있다. 커다란 케이스, 해외 로케 사진집, 포토 카드 등이 그 예시다. 최근 발매된 소녀시대 미니 4집 앨범 ‘미스터미스터’는 음반 판매 사이트 신나라레코드 기준(이하 동일) 1만3400원이다. 총 6곡이 담긴 이 음반은 두툼한 종이박스 케이스에 사진집을 수록했으며 스티커가 포함돼 있다. 같은 소속사에서 나온 유닛 투하트의 첫 번째 미니 앨범 역시 6트랙을 담았지만 가격은 1만400원으로 2000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1만원대의 가격은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2012년 발매한 이승기의 미니 앨범 ‘숲’ 한정반은 2만9700원에 가격이 책정됐다. 이 음반은 100페이지 분량의 포토에세이를 포함하고 있다. 김현중의 미니 앨범 ‘럭키’ 한정반과 씨엔블루가 2012년 발매한 미니 앨범 ‘이어 펀’ 한정반은 각각 2만6700원에 판매됐다. 팬들은 ‘한정’이란 달콤한 단어에 이끌려 포토에세이나 사진집을 함께 구입하는 셈이다.

정규 앨범의 가격은 더욱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발매된 앨범 중 이효리 5집 한정반은 2만9700원, 신화 10집 한정반은 2만6700원, 틴탑 1집 한정반은 2만2300원에 각각 팔렸다. 2CD로 발매된 2PM 정규 3집 앨범은 3만4200원이었다. 반면 이적 5집 앨범, 이승철 11집 앨범 등은 1만4900원의 적정가를 지켰다.

특히 아이돌 그룹 기획사들은 앨범 판매량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한다. 멤버 숫자만큼의 랜덤 포토카드를 동봉하거나 신곡을 추가한 리패키지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기본이다. 소녀시대는 지난해 정규 4집 앨범을 총 10종으로 발매해 팬들의 소장 욕구를 부추겼다.

그러나 팬이라고 모든 상술에 관대할 수는 없다. 한 아이돌 그룹의 팬인 한현정(27·회사원)씨는 “팬이란 죄로 매번 구입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도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김승미(24·대학생)씨는 “음반을 여러 장 구매하다 보니 자리만 차지하는데 차라리 크기라도 작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정규 앨범은 9.99~14.88달러(1만700~1만59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영국은 9.99파운드(약 1만7700원)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국 출신 아이돌 그룹 원디렉션의 최신 음반도 11.88달러(1만2700원)에 머무른다. 음반 시장이 음원 시장으로 돌아선 상황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필요 이상의 상술을 부리지는 않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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