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의 점진적 축소)에 신흥국들이 역습에 나섰다.
태국과 터키, 필리핀 중앙은행이 지난 1월에 미국 국채를 각각 39억 달러(약 4조1800억원), 33억 달러, 15억 달러 매각했다고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미국채 보유규모는 1조2730억 달러로 전월보다 35억 달러 증가해 오히려 미국채 금리는 지난 1월에 하락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흥국 불안에 안전자산인 미국채 수요가 늘어난 것도 신흥국 중앙은행의 국채 매각 영향을 상쇄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초의 3.03%에서 1월 말에 2.64%까지 떨어졌으며 현재 2.67%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미국채 매각에 나섰던 것은 달러를 확보해 연준 테이퍼링에 따른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태국 바트는 정국 혼란까지 겹쳐 연초에 달러 대비 가치가 4년래 최저치로 추락했고 터키 리라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국 등 우량신흥국이 연준 테이퍼링으로 재정수지 적자에 시달리는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취약국보다 더 많은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전날 보고서에서 27개 신흥국 통화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5월 이후 한국 페루 베네수엘라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우량국들의 통화가치 하락폭이 취약국의 세 배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은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한 시기다.
이에 대해 NBER은 우량국들은 취약국보다 더 많은 해외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돼 테이퍼링 우려에 따른 자금유출도 그만큼 많아서 타격이 컸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이날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전문가들은 이번 FOMC에서도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 달러 추가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