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간부 수억원 이권 챙겨…대출 전과정 직간접 개입 가능성

입력 2014-03-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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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ENS 사기대출 일파만파…금감원 내부 또 다른 배후세력 촉각

KT ENS의 직원과 협력업체 등이 공모한 3000억원 대출사기 사건에 금융감독원 간부가 배후 인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일부 대출 은행 관계자도 연루된 정황이 포착돼 수사당국이 사실 관계 확인에 돌입했다.

경찰이 수사 강도를 높이면서 이번 사기대출 사건의 후폭풍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현재 김모 팀장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그 윗선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감부 간부, 대출과정 외압 가능성 높아 = 사상 최대 규모 대출사기 사건의 첫 배후로 지목된 인물은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 소속 김모 팀장이다. 김 팀장은 사건의 주범인 서정기 중앙씨앤씨 대표와 전주엽 NS쏘울 대표 등과 어울려 다니며 해외 골프 접대는 물론 수억원에 이르는 이권을 받아 챙겼다.

특히 지난 1월 금감원이 이번 사기대출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이 사실을 전 대표 등에게 알려 해외 도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최근 김 팀장을 직위 해제하고 비리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경찰은 대출과정에서 김 팀장이 금감원 간부라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은행권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중점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2008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KT ENS 직원 김씨 등이 16개 피해은행을 상대로 총 463회의 매출채권 위조를 통해 1조8335억원을 대출받아 편취한 과정에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들이 SPC(특수목적법인)와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운 복잡한 사기대출 과정에서 은행 여신시스템 과정을 잘 아는 사람이 개입한 것이 아니면 불가능했다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KT ENS와 피해 은행들은 “내부 공모자는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금감원 간부의 배후로 확인되면서 금융계와 관련업계의 시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금감원 내부 또 다른 배후세력 촉각 = 김 팀장은 이번 사건 핵임 인물인 전 대표 등이 대출을 받거나, 주식을 매입할 때, 회사 설립시 각종 금융 정보를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검거된 대출 사기의 공범들로부터 “전 대표 등이 지속적으로 김 팀장에게 상납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 팀장 외에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 팀장이 1조8000억원대 사기대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핵심 배후세력으로 지목되기에는 자본시장조사국 팀장이라는 직책의 한계가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김 팀장이 챙긴 이권 중 상당수가 금감원 윗선으로까지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KT ENS와 협력업체의 수상한 자금 흐름, 은행의 업무 절차 등을 고려하면 KT ENS 내부의 조력자와 여신 실무에 해박한 사람, 이들의 활동을 눈 감아 줄 수 있는 금융당국 직원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시스템의 허점을 정확히 노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에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전·현직 직원 등이 깊숙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 자체 감찰 결과, 김모 팀장 외에 추가로 이번 대출 사기에 연루된 직원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출 사건의 핵임인 전 대표는 뉴질랜드에 은둔하며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전 대표 검거 이후 이 같은 의혹들은 명확히 풀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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