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크림자치공화국 병합 푸틴, 다음 행보는 우크라이나 장악?

입력 2014-03-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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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자치공화국 병합 푸틴, 다음 행보는 우크라이나 장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 합병 조약을 체결했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세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크림 자치 공화국 병합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그의 다음 행보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하원에 크림 병합 조약과 새 연방 구성원 수용 법안 비준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에서 20일 크림 병합과 관련한 문서들이 비준되면 21일에는 상원 심의가 이루어진다.

의회 비준이 끝나면 대통령 서명을 끝으로 크림의 러시아 편입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대로라면 다음 주안에 크림 공화국의 러시아 연방 편입을 위한 법적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법적 절차 외에 크림의 러시아 편입에 필요한 실질적 조치들도 서둘러 취하고 있다. 푸틴은 크림반도와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주(州)를 잇는 케르치 해협 관통 교량 건설 작업을 서두를 것을 지시하면서 이 교량에 도로는 물론 철로도 건설할 것을 주문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륙을 통한 접근이 차단되는 상황에 대비해 크림과 러시아의 연결로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이민국은 크림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발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스탄틴 로모다놉스키 러시아 이민국 국장은 이날 "18일 러시아와 크림 공화국 간에 병합 조약이 체결되면서 크림 주민은 러시아 국민이 됐다"며 "모든 크림 주민은 러시아 여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의 크림자치공화국 병합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가운데 친러 무장세력이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 해군 기지를 급습하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뉴욕타임스 등은 이날 오전 8시경 친러시아 무장세력 200여 명이 크림반도 남서부 세바스토폴의 우크라이나 해군기지를 급습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해군기지 정문을 부수고 영내에 진입해 본부 앞에 러시아 국기를 게양했다. 양측 간의 총격전이나 무력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림반도 내 병력을 철수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국경수비를 강화키로 결정했다. 러시아가 사실상 크림반도를 합병한 상황에서 나머지 지역의 주권을 사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푸틴의 다음 행보가 우크라이나 장악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주요 곡창지대이자 한때 세계 3위 핵무기 제조 기술을 갖춘 동유럽의 강국이었다. 하지만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통해 핵을 포기하면서 이빨빠진 호랑이로 전락, 결국 속수무책으로 러시아에 자국 영토를 빼앗기고 말았다.

우크라이나가 우방으로 생각하는 미국은 자국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강대국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크림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주요 인사에 대해 추가 제재를 단행했지만 정·재계 실세들이 제재 대상에서 빠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슈아 터커 뉴욕대 교수는 푸틴의 움직임이 '대(大)러시아' 계획의 일환일 수도 있다며 "소련의 붕괴는 지정학적 재난"이라고 한 2005년 푸틴의 연설에서 보듯 구소련 영토를 아우르는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장을 장기적으로 계획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외교정책협회 허먼 퍼치너 회장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국내적으로 푸틴 대통령과 그의 동료들은 권력 공고화를 위해 표적 살해(targeted killing)와 구타·협박을 사용했다"며 "2008년 조지아 전쟁에서 보았듯 그는 이 정책을 국외에도 기꺼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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