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한 대모여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직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이들 앞에는 폭스바겐의 검은색 신형 골프 한 대가 놓여 있다. 새 차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가족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이 가족은 이날 본인들의 손으로 직접 번호판을 붙이고, 주문한 신차를 건네 받았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이체(ICE, 고속전철)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아우토슈타트’를 찾았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큼지막한 폭스바겐의 로고가 박힌 공장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하늘 높이 치솟은 굴뚝 4개가 폭스바겐의 공장임을 한눈에 짐작게 했다. 아우토슈타트는 독일어로 자동차 도시라는 뜻으로 폭스바겐의 본사와 출고장을 테마로 만든 일종의 자동차 테마파크다.
역에서 강을 건너 아우토슈타트의 명물 ‘쌍둥이 자동차 타워’에 들어서자 신차가 가득했다. 20층 높이(48m)에 달하는 이 타워는 두 개 동에는 각각 400대씩 총 800대에 달하는 신차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동차 타워에는 24시간 내에 고객에게 전달될 자동차들이 보관된다. 층마다 차량 한 대를 집어넣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남짓. 시간당 120대를 타워에 보관할 수 있다.
이렇게 보관된 자동차는 고객이 쿤덴센터(출고장)에 도착하면 자동차 타워에서 지하로 이동해 최정 점검을 거치게 된다. 이후 자동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인도 장소로 이동된다. 고객은 쿤덴센터에서 전광판을 보며 차량을 받을 시간과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 전광판에는 마치 비행기 탑승 게이트를 표시해주는 것처럼 차량 인도 정보가 나타난다.
신차를 받은 고객은 차량 번호판을 직접 붙이고, 차량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념사진도 촬영하며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본사 직원인 알렉산드라 루카는 “고객들은 가족의 한 구성원을 맞이하듯이 차량을 인도받는다”며 “자동차를 입양하는 듯한 콘셉트로 고객에게 감동적인 순간을 선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에서 차량을 구입하는 고객 약 30%가 이곳에서 차량을 인도받고 있다. 하루 약 550대, 매년 10만대에 이르는 신차가 이런 순서로 고객들에게 전달된다. 차량 직접 출고는 자동차 체험문화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효과까지 창출한다. 직접 차량을 출고할 경우 탁송료 약 290유로를 절감할 수 있다. 회사는 직접 차를 인도해가는 고객에게 바우처도 제공한다.
아우토슈타트에는 신차를 직접 받으러 오는 고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축구장 약 30개에 이르는 25만㎡ 넓이의 아우토슈타트 부지에는 박물관(자이트 하우스), 파빌리온(브랜드별 쇼룸), 오프로드 체험 공간 등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모여 있다. 관광객들은 테마파크 바로 옆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의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차량 제작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개별 전시관에서 벤틀리, 아우디,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각 브랜드의 철학과 예술을 엿볼 수도 있다. 가족단위의 관광객을 중심으로 하루 5000명 이상이 이곳을 찾고 있다.
알렉산드라 루카는 “7만5000명의 연회원 외에도 아우토슈타트를 방문한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여러번 방문하고 있다”며 “고객은 색다른 경험과 폭스바겐의 문화·철학·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볼프스부르크(독일)=권태성 기자 ts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