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적반하장’적인 모습이 다시 만천하에 공개됐다. 미국의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자국시장 진출을 막아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화웨이의 네트워크에 백도어(back door)를 열고 정보를 빼돌려온 사실이 밝혀졌다고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 정보는 미국 NSA의 불법 도ㆍ감청 스캔들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자료를 바탕으로 밝혀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독일 슈피겔지가 처음으로 이 사실을 보도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백도어는 서비스 기술자나 유지보수 프로그램이 다른 PC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 설계자가 만들어 놓은 네트워크 내 비밀문을 뜻했으나 최근에는 해커들이 정보를 빼가기 위해 몰래 설치한 뒷문을 뜻하는 용어로 확대됐다.
NSA는 ‘숏자이언트’라는 코드네임으로 화웨이의 중국 선전 본사 서버에 접근해 회사 임원 사이에 오가는 각종 통신을 감청하고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NSA의 접근이 가능한 이메일에는 런정페이 화웨이 설립자 겸 회장도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번 보도로 미국 정부의 입장이 더욱 난처하게 됐다. 미국 하원은 지난 2012년 보고서에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와 그 경쟁사인 ZTE 등 중국 기술기업 제품을 쓰면 안 된다고 권고했다.
윌리엄 플러머 화웨이 대외홍보 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세계 각국 정부, 업계 이해관계자, 고객들과 항상 열려있고 투명한 자세로 네트워크와 데이터 보안 문제에 대처하고 싶다”며 “슈피겔과 NYT의 보도는 모든 기업이 항상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캔들이 폭로돼 오바마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두 정상은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회동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중국 측에 사이버해킹 등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지적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