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33년… 프로골프 57년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3-2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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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롭게 개장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전경. 외야 잔디석을 이용하는 야구팬들의 모습이 편안하게 보인다.(사진=뉴시스)

참 잘 컸다. 1982년 3월 27일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가 어느 덧 서른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구기(球技)종목 사상 첫 금메달의 밑거름이 됐고, 2012년엔 7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한국 프로스포츠의 새 역사를 썼다. 올해는 광주ㆍ대전ㆍ울산 등 새롭게 단장한 야구장이 야구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서른세 살 한국 프로야구, 참 대견하다.

한국 프로야구에게는 큰 형님이 있다. 스물네 살 차 아버지뻘인 프로골프다. 1958년 한국프로골프선수권을 시작으로 올해 57년째를 맞는 프로골프는 아우 프로야구와 많이 닮았다. 긴 연장으로 공을 정확하게 쳐서 멀리 날려야 하는 경기다. 스윙의 원리는 거의 같다.

그러나 요즘 아우 프로야구가 형님 프로골프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700만 관중을 불러 모으며 국민 스포츠로 자리를 굳힌 프로야구와 달리 형님 프로골프는 스타 부재와 스폰서 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형님 프로골프는 한때 잘 나갔다. 대한민국 상위 1%를 대상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선수들은 드넓은 필드를 누비며 파격적인 상금을 손에 거머쥘 수 있어 선망의 대상이었다. 최경주는 KPGA투어를 거쳐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 정상에 오르며 한국 프로골프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아우 프로야구는 그런 형님이 늘 존경스러웠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형님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았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민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경기장 난동과 지역감정 조장, ‘남성 전유물’이라는 오명은 해결 과제였다.

1997년 말, 불어 닥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형님과 아우 모두에게 위기였다. 상위 1%만의 축제였던 프로골프는 뒤늦게 대중화에 눈을 돌렸고, 프로야구는 모기업들의 자금 압박으로 리그 운영에 타격을 입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형님과 아우의 운명은 엇갈렸다. 프로야구는 남성에서 여성, 아저씨에서 젊은이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대중에게 쌓아올린 신뢰는 700만 관중이 되어 돌아왔다. 반면 프로골프는 대중화를 선언했지만 아직도 부자들만의 축제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그 대가는 선수들의 몫이 됐다. 대중의 외면은 스폰서 난과 대회 규모 축소로 이어졌다.

같은 해외파라도 사정은 많이 다르다. 메이저 무대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는 야구선수들과 달리 골프선수는 스폰서도 기회도 없는 국내를 등지고 생존을 위해 떠나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유럽, 중국 등 아시안투어를 전부 포함하면 100명이 넘는 해외파가 존재한다. 국내 투어 환경의 비정상화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곧 새 시즌이다. 대중은 세계무대에서 맹위를 떨치는 한국선수들을 응원하지만 세계적 수준의 기량을 안방에서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더 많다. 아우가 형님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아우는 비슷한 듯 너무 다른 형님을 존중한다. 그러나 ‘프로스포츠 흥행=대중의 지지’에는 타협이 없다. 그래서 아우는 오늘도 형님을 설득한다. “형님 우리 함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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