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익병 하차vs박경림 잔류, SBS와 MBC의 상반된 대응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03-24 06:51 수정 2014-03-2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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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익병-박경림(사진 = 뉴시스)

“독재가 왜 잘못됐나. 더 잘 살 수 있으면 왕정도 상관없다”,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가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안철수 의원은 좋게 말하면 과대망상이고, 나쁘게 말하면 거짓말쟁이.”

개인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밝혔던 함익병 앤 에스더 클리닉 함익병 원장이 결국 방송에서 하차했다. SBS는 지난 20일 “함익병이 오늘 방송분을 끝으로 ‘자기야-백년손님’에서 하차한다. 앞으로 새로운 사위들의 멋진 활약으로 시청자 여러분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EBS ‘하이힐-하루 이 시간 힐링’ 역시 함익병의 하차를 공식 발표했다.

SBS ‘자기야-백년손님’을 통해 ‘의사 방송인’으로 명성을 높였던 함익병의 몰락은 인기를 얻는 속도보다 몇 배는 빠르고 조용했다.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평을 얻으며 2013 SBS 연예대상 버라이어티부문 신인상을 거머쥔 그의 하차는 참으로 신속하고 매정했다. SBS는 보도자료 말미에 조그맣게 함익병의 하차를 알렸고, 방송에서는 그 흔한 자막조차 없었다. 함익병을 스타로 만든 SBS는 그렇게 함익병을 외면했다.

그동안 수많은 스타들이 그렇게 떠났다. 지금은 복귀했지만 강호동, 김구라 등은 은퇴를 언급하며 방송가를 떠났고, 최근에는 김용만, 이수근, 탁재훈 등이 불법도박으로 시청자 앞에서 사라졌다. 공사대금 논란에 휩싸인 아일랜드 리조트 사태로 하차한 이은,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유세윤 등 그 이유도 제각각이며 그 수도 일일이 세기가 힘들다.

그런데 함익병의 하차는 이전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연예인의 하차를 결정한 방송사의 뒤에는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이 뒷받침됐다. 시청자의 외면을 받은 만큼 하차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함익병의 하차를 두고 네티즌들은 양분됐다. 물론 대다수 네티즌들은 “방송인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비난했지만 일각에서는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 것이 하차 사유인가?”라며 하차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사실 함익병의 발언은 당황스러울 만큼 직설적이며 사적이다. 독재를 옹호한 발언이나 여성의 권리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 안철수 의원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방송인으로서 부적절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가 범법을 행하거나 부도덕적인 발언을 일삼은 것은 아니다. 더욱이 정치색이 강하게 들어있는 발언은 앞서 몇몇 연예인들에 의해 심심치 않게 발견된 현상이다. 함익병 입장에서는 자신이 방송에 나오는 ‘공인’이라고 해서 거짓으로 인터뷰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속하게 함익병이란 꼬리를 자른 SBS의 대응이 다소 아쉽다. 더욱이 프로그램에 그의 하차에 대한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자기야-백년손님’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프로그램 내에서 함익병은 장모와의 솔직담백한 모습으로 사랑 받았고, 최근 방송에서도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는 ‘자기야-백년손님’의 방송과는 엄연히 분리되어 인식되어야 한다.

박경림은 지난 14일 자신이 진행 중이던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에서 민방위 훈련으로 방송이 늦어지자 “이건 누구에게 보상 받아야 하느냐”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급기야 박경림의 하차에 대한 구체적 보도가 나왔고 MBC는 “하차 아니다. 논의한 적도 없다”며 박경림의 하차를 부인, 프로그램 MC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제 발언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해 죄송하다”고 사과한 박경림에 이어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 내용과 관련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앞으로 ‘두시의 데이트’ 제작진도 더욱 신중한 판단으로 방송을 제작하겠다”고 말한 MBC의 대응과 해명 및 사과의 기회는커녕 소리소문 없이 함익병의 하차를 진행한 SBS의 모습이 유독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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