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가 대하소설 ‘태백산맥’ 전 10권을 불과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필사해 화제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거주하는 안정자(79사진) 씨는 2012년 4월 24일에 ‘태백산맥’ 필사를 시작했다.
당시 안씨가 참여한 경남 창원시 성산노인복지관 문예창작반의 교사가 “필사를 하면 글이 는다. 특히 태백산맥을 필사하면 좋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그 자리에서 손을 번쩍 들고서 “2년 안에 전 권 필사를 마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2000년대 초 금강경과 관세음보살보문품을 각각 108번씩 1년 반 만에 사경(寫經)한 적이 있어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안 씨의 필사 작업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됐다. 평일에는 길게는 3시간, 토일요일에는 하루 6시간까지도 필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필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태백산맥이라는 책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지만 일단 필사를 결심한 뒤에는 중요한 일이 됐다”며 “혼을 다 담아서 작업했다”고 털어놨다.
안씨는 애초 계획보다 3개월여 앞당긴 지난 1월 24일 태백산맥 전 권 필사를 마무리했다.
태백산맥 1, 2권은 대학 노트 4권에 나눠 옮겼고 나머지는 모두 200자 원고지에 필사했다. 원고지를 세로로 쌓으면 1m가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현재 태백산맥 전 권 필사를 마친 사람은 안씨를 포함해 전국에서 모두 6명이다. 이들의 필사 완성 기간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5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가 이들 가운데 최고령자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빨리 작업을 마친 셈이다.
그는 “노인복지관 수업이 끝나고 사람들이 놀자고 해도 ‘태백산맥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고 집으로 올 정도로 필사가 정말 재미있었다”며 “필사를 끝내니 시원하기도, 서운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필사본은 현재 전남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문학관으로 옮겨졌으며 곧 공개 전시될 예정이다.
안씨는 오는 30일 태백산맥문학관에서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작가로부터 직접 감사패를 받는다.
서울대 사범대학에 진학했지만 1954년 결혼과 함께 대학을 중퇴한 안씨는 “뭔가를 쓰는 데 관심이 많아서 필사를 하거나 시를 쓰는 등 손에서 펜을 뗄 수가 없다”며 “젊은 사람들에게도 태백산맥 필사를 추천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