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자동차업체들은 경쟁이 치열한 차종의 가격은 재무부서, 마케팅부서 등이 의견을 주고 받으며 출시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한다. LF쏘나타는 현대차가 5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야심작이란 것을 고려하면 이 같은 고민의 폭은 더 깊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LF쏘나타의 가격은 자동변속기 기준 2.0ℓ CVVL 모델은 △스타일 2255만원 △스마트 2545만원 △프리미엄 2860만원이며, 2.4ℓ 모델은 △스타일 2395만원 △익스클루시브 2990만원으로 결정됐다.
결국 LF쏘나타는 기존 모델인 YF쏘나타의 2.0ℓ 모델과 비교할 때 45만~75만원 수준 인상됐다. 2.4ℓ급은 이번 LF쏘나타에서 새롭게 추가된 모델이다.
현대차는 LF쏘나타의 가격을 정하는데 있어 기존모델과의 가격 차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를 거듭했다.
이전 모델에 비해 초고장력 강판 비율 확대와 자동으로 트렁크가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 등의 편의사양을 대폭 늘린 것을 고려할 때, 가격을 100만원 이상 올려야 한다는 것이 올해 초 현대차 내부의 분위기였다. 가격보다는 품질, 안전성을 마케팅 초점으로 삼겠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는 2월 말부터 미묘하게 변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 현대제철의 강판 가격을 인하했다. 이를 두고 현대차가 LF쏘나타의 가격을 내리거나 인상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는 시선이 많았다. 또 이달에는 현대차의 자체시험 결과인 LF쏘나타의 연비가 12.6km/ℓ로 먼저 공개됐지만 이후 국토교통부 인증을 거치자 12.1km/ℓ로 내려갔다. 이 때문에 현대차 안팎에서는 외부의 부정적인 평가를 고려해 가격을 더욱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LF쏘나타의 판매가 이전 모델인 YF쏘나타보다 부진할 것으로 본 것도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작인 YF쏘나타는 2012년 국내 10만3994대, 해외 40만7654대 등 모두 51만1648대가 판매됐다.
반면, 현대차는 LF쏘나타의 내년 판매목표를 국내 8만9000대, 해외 24만9000대 등 총 33만8000대로 잡아 2012년보다 34%가량 낮췄다.
통상 자동차업체의 신차 가격은 연구개발 부문의 의견을 반영한 재무팀이 수익성을 고려해 적정 가격폭을 마케팅팀에 제안한다. 이후 마케팅 부문에서는 경쟁차, 이전 모델과의 가격 차이를 고려해 재무에서 제안한 가격폭 안에서 일부를 선택하게 된다.
이번 LF쏘나타 2.0ℓ의 가격은 재무 부문에서 가격을 올린 뒤 마케팅 부문에서 이를 일부 낮추는 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이 현대차 내부의 전언이다. 수익성과 판매실적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가 내부에서 치열하게 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