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양대 신용카드 업체인 미국의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은행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된 러시아 SMP은행은 2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우리 고객에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재개했다”고 밝혔다.
은행은 은행 주주를 제재하는 것이 ‘불법’임을 주장했으며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우리의 주장을 수용됐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칼란티르스키 SMP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우리의 견해를 수용해 결정을 번복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자도 성명에서 SMP은행 등에 대한 조치가 “제재 영역과 무관하기 때문에 이들 은행이 발행한 모든 카드에 대해 최대한 빨리 서비스를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스터카드 대변인도 서비스룰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재개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주가수익률(PER) 기준으로 러시아가 지난달 말 현재 분석대상국 가운데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위험한 투자국’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러시아증시가 서방 제재로 흔들리고 있지만 ‘위기가 곧 투자 기회’란 노림수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WSJ은 러시아의 PER가 미국의 25배에 비해 크게 낮은 6.5배에 불과하다며 전문 분석기관 캠브리아투자관리 집계를 인용해 설명했다.
캠브리아는 1980년 이후 44국의 PER를 800회 분석한 결과 특정국이 7배를 밑돈 것은 28번에 그쳤다고 밝혔다.
캠브리아는 PER가 7배를 밑돌았던 국가의 증시는 이듬해 투자수익률이 평균 31%에 달했으며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해도 연간 수익률이 21%에 이르렀던 것으로 분석했다.
대표적 예로 아일랜드는 지난해 PER가 5배였으나 iShares MSCI아일랜드캡스 상장지수펀드(ETF)는 배당분을 포함해 46%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블룸버그통신은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러시아의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자 “시장은 이미 러시아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해 새삼스러운 변수가 아님을 나타냈다.
블룸버그는 S&P와 피치가 러시아의 등급을 BBB로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러시아 채권을 2단계 낮은 ‘투기’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10년물 러시아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10개월래 최고 수준인 278bp(bp=0.01%)로 치솟았다. 이는 러시아보다 신용등급이 4단계 낮은 나이지리아보다 CDS 프리미엄이 더 높은 것이다.
러시아 CDS 프리미엄은 지난 21일 274bp로 떨어졌으나 지난달에 비해 여전히 82bp 높은 수준으로 채권시장이 러시아를 나이지리아보다 부도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마르코 루이저 ING투자관리 신흥시장 투자전략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레오니드 이그나체프 모스크바 BCS파이낸셜그룹 채권 리서치 책임자는 “이 추세라면 연말에 3대 신용평가기관이 러시아를 가장 낮은 투자 등급으로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편 블룸버그는 24일 모스크바 증시가 MSCI 신흥국 지수 하락폭인 5.8%를 크게 초과해 러시아 경제에 먹구름이 갈수록 짙어진다며 지금 러시아 금융권을 옥죄기 시작한다면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