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공단에게 담배 소송에 나서기 전 관계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건보공단은 26일 담배소송 규모를 확정하고 변호사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었으나 이 계획을 취소했다.
복지부의 이같은 요청은 복지부를 비롯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가 관계기관과 소송규모와 승소가능성 등 구체적 내용을 충분하게 공유하고 난 뒤 소송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건보공단을 관리감독하는 주무기관으로 주요한 행정 사항을 지시 또는 감독할 권한이 있다.
복지부의 제동은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건보공단의 담배 소송 움직임에 여러차례 막아선 바 있다.
건보공단이 지난 1월 24일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를 열어 담배 소송을 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 복지부는 담배 소송 안건을 정식 의결안건이 아닌 구도 보고안건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하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지난 24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도 건보공단이 소송규모와 소송대상을 결정하려고 했지만, 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담배 소송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담배의 결함과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복지부의 '충분한 협의'지시에 따라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은 시기는 상당기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건보공단의 소송 규모는 흡연 피해환자의 범위에 따라 최소 537억원에서 최대 2302억원 사이로 결정될 전망이다.
2001~2010년 중에 폐암, 후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흡연기간이 30년 이상이라고 1회 이상 응답한 1만3748명을 모두 포함하면 2302억원, 대상자 중 한국인 암예방연구(KCPS) 코호트 자료에 포함되고 흡연기간이 30년 이상인 환자 3484명만을 넣으면 537억원이다.